신림동과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는 '살인예고' 글을 게시했다가 경찰에 붙잡힌 피의자 절반 이상이 미성년자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국수본) 관계자는 7일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오전 7시까지 살인예고 글 187건을 확인해 59명을 검거하고 3명을 구속했다"고 말했다.
검거된 피의자 가운데 57.6%인 34명이 10대 청소년으로 집계됐다. 이 중에는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 촉법소년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살인예고 글이 온라인에 확산하면서 만 14세 미만 촉법소년까지 무분별하게 따라하다가 경찰에 적발되는 것으로 보인다.
전날 인천에서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계양역에서 7시에 20명을 죽이겠다"고 적은 1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지난 5일은 원주역에서 칼부림을 저지르겠다는 글을 작성한 뒤 마치 이를 발견한 것처럼 SNS를 통해 제보하는 자작극을 벌인 10대가 검거되기도 했다. 학교전담경찰관(SPO)에게는 학생들을 상대로 훈육을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서울경찰청은 최근 온라인에 '살인 예고' 게시물이 확산함에 따라 7일 1천407개 초·중·고등학교 학생과 교사, 학부모 83만명에게 긴급 스쿨벨 3호를 발령했다. 스쿨벨은 서울경찰청과 서울시교육청이 2021년 구축한 시스템으로 신종 학교 폭력 등 새로운 유형의 청소년 관련 범죄가 발생하면 학생·교사·학부모에게 카드뉴스 형식으로 이를 신속하게 알리는 제도다.
국수본 관계자는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다. 청소년이 모방범죄를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교육청의 '부모님 알림앱'을 활용해 범죄예방에 관한 통지문을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또 살인예고 글 작성자가 구체적인 범행을 준비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는 살인예비 혐의를 적용해 엄벌하겠다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국수본 관계자는 "법리와 판례에 따르면 살인예비가 인정되기 위해선 대상자가 특정돼야 하고 흉기구입 등 구체적인 실행 계획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서현역 흉기난동 사건 이후 4∼6일 사흘간 다중 밀집지역에서 거동 수상자 442명을 검문검색했고 이 가운데 14명을 협박 등 혐의로 입건했다. 7명은 경범죄처벌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를 매겼고 99명은 경고조치 후 훈방했다.
입건된 14명은 대부분 흉기를 소지했다. 마약을 갖고 있다가 적발된 사례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