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이 2년 7개월 만의 앨범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앨범은 4년 전, 군대에 있을 때부터 생각한 앨범입니다."
20년 차 아이돌이자 '열정'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유노윤호가 A부터 Z까지 성실하게 만든 신보로 돌아왔다. '쇼트 필름'부터 '쇼맨' 콘셉트까지, 그는 기획부터 홍보까지 스태프와 함께 구슬땀을 흘리며 만들었다고 강조했다.
7일 서울 송파구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시네마관에서 가수 유노윤호의 미니 3집 '리얼리티 쇼(Reality Show)' 발매 기념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유노윤호가 참석해 앨범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번 앨범은 미니 2집 '누아르(NOIR)' 이후 약 2년 7개월 만에 발표하는 신보다. 유노윤호는 기획 단계부터 앨범의 전체적인 스토리텔링과 트랙 순서, 타이틀 곡인 '뷔자데(Vuja De)'의 키워드까지 직접 아이디어를 냈다.
유노윤호는 "많은 분이 2년 7개월 만의 앨범이라 생각하지만, 이 앨범은 제가 4년 전, 군대에 있을 때부터 전체적인 콘셉트를 생각한 앨범이다. 미니 1집 타이틀곡 '팔로우(Follow)'는 미래 시점으로, 미니 2집 타이틀곡 '땡큐(Thank You)'를 과거 시점으로, 그리고 지금 이 앨범을 현재 시점으로 전체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앨범이 밖으로 나올 수 있게 정말 많은 분이 도와주셨다. '피땀눈물'이 들어간 앨범이다. 저 역시 이번 앨범은 거의 프로듀싱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스태프분들과 함께 밤새가며, 웃으면서, 울면서 만들었다"고 신보에 대한 애정을 보였다.
'리얼리티 쇼'는 '쇼맨(Showman)' 콘셉트다. 유노윤호는 "제가 그간 활동하며 정말 공연을 많이 했다. 저에게는 수만 번 공연이지만, 관객 입장에서는 딱 한 번이지 않나"라며 "그분들의 시점으로 그분들만의 이야기를 따라가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영감은 일상생활에서 얻었다. 가수 유노윤호가 아닌 인간 정윤호의 삶에서다. 유노윤호는 "혼자 생활할 때, 특히 해외에 있을 때 저도 약간 은둔형 외톨이 같은 느낌도 있다. 그런 경험들이 저에게 영감이 된다. 이런 걸 저만의 기록일지에 기록한다. 여기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말했다.
타이틀곡 '뷔자데(Vuja De)'는 기시감을 뜻하는 프랑스어 '데자뷔(Deja vu)'의 반대말이다. 화려한 재즈 빅밴드 사운드와 빠른 템포의 스윙 리듬을 기반으로 한 댄스곡으로, 가사에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꿈과 영혼을 잃은 채 치열하게 매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공감의 메시지를 담았다.
유노윤호는 "'뷔자데'는 어디선가 본 듯한 게 아니라, 평소 익숙했던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현상을 뜻하는 단어다. 현대 사회에서 반복되는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이 공감할 수 있을 법한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래 이 곡은 그룹 곡이었다. 템포도 1.5배 정도 빠르고,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더라. 10시간 정도 녹음을 했다"며 "'쇼맨'처럼 볼거리를 위해서는 쉬어가는 부분이 있어야 할 거 같아서 신경 썼다. 마치 '(뮤지컬 영화)알라딘'이 생각날 수 있게끔 최선을 다 해봤다"고 덧붙였다.
퍼포먼스에 대해서는 "화려한 쇼 분위기를 퍼포먼스에 담아 보고 싶었다. 퍼포먼스에 '기차놀이' 신이 있다. 대중과 같이 쉽게 할 수 있으면서도 저만의 색을 나타낼 수 있는 신이다"며 "'이 사람이 왜 여기에 나와'하는 분들도 많이 도와주셨다. 그분들의 등장도 기대해달라"고 당부했다.
앨범에는 이 밖에도 '워너비(Wannabe)', '타란티노(Tarantino)', '릴렉스(Relax)', '스포트라이트(Spotlight)', '커튼(Curtain)'까지 6곡이 수록됐다. 특히 이번 앨범은 6곡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기승전결을 이루고 있다는 설명이다. 유노윤호는 "꼭 순서대로 들어달라"고 강조했다.
유노윤호는 "한 편의 쇼처럼 기승전결 구성으로 갖춰보면 어떨까 해서 1번부터 6번 트랙까지 제가 느꼈던 기록일지를 통해 구성을 갖췄다. 꼭 트랙 순서대로 들어주시면 좋겠다"며 "트랙 리스트 순서대로 들으면 전체적 스토리텔링이 있어서 재밌지만, 각자 트랙에도 그 곡만의 감정이 있다. 그래서 해석이 달라진다. 그 부분이 묘한 재미를 주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이번 앨범에서 눈여겨볼 만한 콘텐츠는 쇼트 필름 '넥서스'다. 메타버스 세계관을 배경으로 한 14분 분량의 이 콘텐츠는 마치 한 편의 단편 영화와 같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노아'라는 가상의 캐릭터는 현실 세계에서는 은둔형 외톨이이나 메타버스 세계관에서는 '먼치킨' 캐릭터가 되어 활약한다.
이 콘텐츠의 골자는 앨범 트랙 리스트 미리 듣기 내지 뮤직비디오지만, 기존 가수들이 앨범 발매 전에 내는 '하이라이트 메들리'와는 다르다. 스토리가 전개되는 과정에서 유노윤호의 신보 수록곡 무대가 뮤지컬 무대처럼 전개되고, 음악은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영상의 완성도를 강화한다.
유노윤호는 "하이라이트 음원에 담긴 가사와 음원이 하나의 단편 영화 같은 스토리라인으로 형성돼 있어서, 색다르게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역시 그가 4년 전부터 치밀하게 계획해 온 서사다. 앞서 발매한 곡 '팔로우', '땡큐'의 흔적이 쇼트 필름에 녹아있다. 해당 콘셉트는 다음 앨범까지 이어진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노윤호는 "다음 콘셉트는 대놓고 이야기하면 페이크 다큐"라며 "메타버스 세계관의 마지막 장이 되지 않을까 한다"고 귀띔했다.
30초 안팎의 짧은 영상이 대세인 지금, 왜 유노윤호는 14분에 달하는 '쇼트 필름' 포맷을 선택한 걸까. 그는 "클래식이 존재해야지만 트렌드가 존재한다"라는 철학을 밝혔다.
유노윤호는 "요새 추세가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로 선전을 많이 해서 앨범 전체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시간이 부족한 거 같다. 그런 부분이 아쉬워서 영화와 뮤직비디오를 합친 형식, 단편영화 콘셉트의 새로운 쇼트 필름을 만들어봤다. 이것 또한 클래식이자 새로운 방식의 홍보가 아닐까"라며 웃었다.
유노윤호는 테이프, CD, MP3, 스트리밍 서비스까지 모두 겪은 관록의 아이돌이다. 올해 데뷔 20주년을 맞은 지금, 그는 이번 앨범을 통해 '느리지만 점점 발전하고 있는 아이'가 되고 싶다며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이어 "좀 멋있는 척을 해보자면, 물음표보다 느낌표를 주고 싶은 아이돌이 되고 싶다"고 웃었다.
오랜 시간 동방신기와 자신을 응원해 준 팬들에 대한 마음도 각별했다. 유노윤호는 팬들을 위해 통상적인 컴백 일정을 조금 비틀었다. 음악 방송에 먼저 출연하는 게 아닌, 팬들을 찾아가는 이벤트를 먼저 진행하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유노윤호는 "카시오페아(팬덤명)은 저의 '찐친'이다. 말로 표현이 안 될 정도로 고맙다"며 "보통 첫 주는 음악 방송에 나가지만, 저는 팬 여러분을 먼저 찾아갈 거다. 신인 때처럼 지방에도 방문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노윤호의 미니 3집 '리얼리티 쇼'와 타이틀곡 '뷔자데'는 이날 오후 6시 각종 음원 사이트를 통해 공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