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엔터테인먼트 산업 키워드는 단연 ‘여성’이다. 인기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콘서트장에 7만명이 모여 한꺼번에 춤을 추면 규모 2.3의 지진에 맞먹는 진동이 발생한다는 측정 결과가 나왔다. 비욘세는 공연 가는 곳마다 지역 경제가 움직인다고 하는가 하면 영화 ‘바비’는 전 세계 매출 10억달러(약 1조3천억원)를 돌파했다.
미국 시사지 뉴스위크는 5일(현지시간) 올해 여성들이 스위프트, 비욘세, 바비에 열광하며 전에 없던 여성 엔터테인먼트 경제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스위프트는 최근 '에라스 투어'로 미국 전역에서 공연을 펼치면서 엄청난 경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은행은 스위프트가 미국 주요 도시에서 공연할 때마다 해당 지역의 경제 판도가 바뀐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일으키는 스위프트의 영향력을 두고 '테일러노믹스'(Taylornomics)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지난 5월부터 유럽과 북미에서 월드투어 '르네상스'를 펼치고 있는 비욘세도 수많은 팬을 몰고 다니며 상당한 경제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비욘세의 투어 출발지였던 스웨덴은 지난 5월 물가 급등을 겪었다면서 그 원인으로 비욘세를 지목하기도 했다. 비욘세를 보러 세계 각국 팬이 스톡홀름 등에 몰리는 바람에 숙박비와 음식값 등이 상승했다는 것이다.
빌보드는 비욘세가 유럽 공연으로 1억5400만달러(약 2015억원)를 쓸어 담았으며 북미 공연에서 추가 수입을 벌어들일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 미 경제지 포브스는 비욘세가 르네상스 투어로 총 20억달러(약 2조6000억원), 스위프트가 에라스 투어로 총 16억달러(약 2조1000억원)의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63년 동안 사랑받아온 바비 인형을 주제로 한 영화 '바비'는 지난 6일 기준으로 전 세계 총매출 10억달러를 넘기면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바비가 이 기세라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매출 13억5000만달러)를 제치고 올해 흥행 1위 자리를 꿰찰 것으로 전망한다.
시나리오 작가 줄리 부시는 여성 관객이 이러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데도 그동안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이를 외면해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에서 "우리는 인구의 51%를 차지하는 데도 남성 경영진 대다수는 우리가 중요하지 않고 돈도 안 쓰며 마케팅 대상이 될 필요가 없는 존재라고 인식했다"고 꼬집었다.
'로소 필름 인터내셔널'의 로라 펠레그리니는 비욘세와 스위프트, 바비 돌풍 비결에 대해 "지적이고 영감을 주는 여성 이야기를 다룬 영화와 음악을 즐기고 싶은 열망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펠레그리니는 이런 욕구를 능숙하게 다루면 남녀간 대립이 아닌 통합을 이끌 수 있다면서 바비를 연출한 그레타 거윅 감독도 바비를 반(反) 남성 영화로 만들지 않고 성 고정관념에 대해 조심스럽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성공할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