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 장기화…넘치는 값싼 日철강재 [biz-플러스]

상반기 철근 수입 63%가 일본산
지난달 44% 늘어난 2.9만톤 유입
중국산은 3%↓…수입물량 역전도
일본산 저가 공세로 국산보다 저렴
수익성 악화 우려에 중견사 '비상'

철근.


올해 엔저(엔화 가치 약세)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일본산 철강재가 국내 유통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일본산 저가 철근이 국내 건설 현장을 사실상 장악하면서 국내 중소형 철강사들의 수익성에도 비상이 걸렸다.


8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일본산 철근 수입량은 전년 대비 44% 증가한 2만 9000톤을 기록했다. 반면 중국산은 같은 기간 수입이 3% 줄어든 1만 6000톤에 그쳤다.


열연강판 역시 일본산이 전년 대비 16% 증가한 17만 2000톤 수입됐다. 중국산은 10만 6000톤이 국내로 들어와 같은 기간 17% 줄었다.





일본산 철강 제품이 강세를 보인 것은 지난해부터지만 올 하반기 들어 엔저 현상이 가속화하면서 일본산 강재 수입도 증가 속도가 더욱 빨라지고 있다는 게 철강 업계의 분석이다. 건설 현장에서는 철근 등 건자재의 경우 중국산 수입량이 일본산보다 많았지만 최근에는 일본산 물량이 중국산을 역전했다.


실제 올 상반기 전체 철근 수입량 중 중국산 비율은 58%였지만 7월에는 34%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일본산 철근은 41%에서 63%로 최근 수입 철근 대부분은 일본산이 됐다.


엔저 효과와 일본 내수 경기 위축에 따른 저가 공세에 국내에서 유통되는 일본산 철강재 가격도 국내 주요 철강사 제품보다 낮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통관된 일본산 열연강판의 수입 통관 가격은 76만 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포스코 제품인 ‘SS275’의 시중 유통가격은 85만 원으로 단순 계산으로 보면 일본산이 10%가량 저렴하다. 철근 역시 10% 넘게 일본산이 국산보다 가격이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엔저 현상은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 시작된 2020년 초부터 이어져 일본산 철강재의 가격 경쟁력을 꾸준히 밀어올리고 있다. 2020년 3월 원·엔 환율은 1100원대에서 최근 800원대까지 내려왔다(원화 강세)가 최근 반등해 91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100엔당 800원대는 2015년 6월 이후 처음으로 8년 만의 역대급 엔저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엔저 장기화에 국내 철강사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지난달부터 글로벌 철강사들이 일제히 제품 가격 인상을 시도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부 일본산 저가 철강재가 쏟아져 들어오면서 가격 인상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엔저 현상 장기화로 국내 철강 산업 신용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발표한 보고서에서 “2013~2015년 엔저 시기와 같이 원화보다 큰 폭의 엔화 약세 추세가 지속될 경우 한국과 일본 철강 회사의 영업 실적이 재차 차별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포스코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일본 엔저가 심각한 상황으로 최근 1분기까지 일본산이 한국 시장으로 많이 유입됐지만 (포스코는) 인위적인 내수 공급 물량 조정을 통해 일본산 수입을 많이 막아왔다”며 “8월 가격을 유지하기로 결정했고 고객사와의 관계 관리를 강화하면서 내수 시장을 총력 방어하고 있어 내수 판매 영향은 적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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