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아파트대출 부실 '경고음'…"5년내 1조弗 만기"

임대료 하락에 가치 14% 떨어져
만기시 금리 급등·담보가치 하락
무디스, 중소은행 신용 대거 강등

미국 오리건주 포틀래드의 한 아파트 건물. AP연합뉴스

미국 부동산 투자 시장에서 안전자산으로 취급되던 아파트가 부실의 새로운 뇌관으로 떠오를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7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미국의 아파트 건물 가치는 전년 대비 14% 하락했다. 코로나19 기간 임대료 상승에 힘입어 투자자가 몰리면서 직전 1년간 25% 오른 것과 반대되는 분위기다.


아파트 가치 하락은 임대 수익률 하락이 반영된 결과다. 오피스와 상가용 부동산 부실 위험의 진원지는 공실률 증가다. 반면 아파트 임대 시장은 이자율이 문제가 됐다. 아파트 모기지의 약 80%는 고정금리 대출이지만 코로나19 이후에는 임대사업자들이 호황을 놓치지 않기 위해 보다 용이한 자금조달 방법을 찾으면서 단기 변동금리 대출이 급증했다. 이들이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의 직격탄을 맞았다. WSJ는 “대출이자는 두 배로 늘었지만 임대료 상승은 더디고 유지비는 높아지고 있다”며 “반면 임대 수익은 올리기 힘든 수준에 도달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연체 가능성이 늘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이에 고정금리 대출도 금리 급등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모기지은행협회(MBA)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만기가 돌아오는 아파트 대출은 9807억 달러에 이른다. 블랙스톤 출신의 피터 소토로프는 “아파트 임대 시장은 수소폭탄과 같은 시나리오에 직면했다”며 “모두가 사무실 시장에 주목하지만 아파트야말로 이슈”라고 주의를 촉구했다.


변동금리 아파트 대출은 대출채권담보부증권(CLO) 형태로 여러 금융기관에 팔리기 때문에 부실이 금융권 전반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실리콘밸리은행(SVB) 붕괴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지역은행의 또 다른 위험 요인이다.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연방주택대출은행(FHLB)의 은행 대상 대출 잔액은 880억 달러로 2021년 말 대비 150% 높다”며 “미국 지역은행들의 실적은 반등하고 있지만 실상은 정부 지원에 의존하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상업용부동산(CRE) 대출 관련 리스크 증가 등을 이유로 M&T뱅크·피나클파이낸셜·프로스페리티은행 등 중소은행 10곳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고 밝혔다. PNC파이낸셜·캐피털원파이낸셜·시티즌스파이낸셜·피프스서드 등 11곳은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췄다. 무디스는 신용 강등을 압박한 요인으로 금리 인상에 따른 높은 자금 조달 비용, 규제 자본 약화 가능성, 사무 공간 수요 약화에 따른 CRE 대출 관련 리스크 증가 등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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