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지난해 1조 냈다…'세수 효자' 된 원전

지방세 2810억·국세 8047억 납부
신한울 1·2호기 경북도·울진군은
취득세 이어 매년 재산세 등 수입
정부, 9년 만에 '신규 원전' 검토
재정 확대 도움받는 지자체 늘 듯

박범수(왼쪽) 한국수력원자력 한울원자력본부장이 1월 18일 울진군을 방문해 ‘신한울1호기 상업운전에 따른 취득세 납부신고서’를 전달하고 손병복 울진군수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 제공=한수원 한울본부

기저 전원으로서 역할이 확대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원전)이 세수에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해만 1조 원(지방세 2810억 원, 국세 8047억 원)이 넘는 세금을 납부한 데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신한울 1·2호기 준공에 따른 대규모 취득세를 납부하기 때문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자치단체 살림에 큰 보탬이 될 것으로 보인다.





8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한수원은 내년 4월 신한울 2호기에 대한 상업운전을 목표로 같은 해 5월 경북도와 울진군에 255억 원의 취득세를 낼 예정이다. 취득세는 과세 물건을 취득한 날로부터 60일 이내에 신고 납부해야 하는 지방세목이다. 한수원은 앞서 올 1월에도 쌍둥이 원전인 신한울 1호기 준공에 따른 515억 원의 취득세를 납부한 바 있다. 경북도(376억 원)와 울진군(139억 원)이 각각 7 대 3의 비율로 가져갔다. 이는 농어촌특별세와 지방교육세 등을 모두 포함한 액수로, 울진군의 단일 취득세 납부 건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였다.


신한울 1·2호기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시설에 대한 취득세는 1호기 준공 때 이미 납부함에 따라 내년에 내야하는 세금을 다소 줄여 신고할 것으로 전망된다. 경북도와 울진군은 일회성 취득세 외에도 매년 재산세와 지역자원시설세 등을 받는다. 이는 울진군 전체 세수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원전은 울진 외에도 재정자립도가 떨어지는 지자체 살림에 기여하고 있다. 월성원자력본부가 있는 경주시, 신고리원자력본부가 있는 울주군 등이 대표적이다. 한수원은 지난해 223억 원의 재산세, 467억 원의 지방소득세, 1937억 원의 지역자원시설세를 비롯해 총 2810억 원의 지방세를 납부했다. 법인세·종합부동산세 등을 합친 국세는 8047억 원에 달했다. 1년에 총 1조 857억 원에 이르는 세금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에 분납한 것이다. 이는 2021년(8037억 원) 대비 35.1% 급증한 규모로 윤석열 정부 들어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고 원전 가동률이 올라간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발전량 1㎾당 1원씩 부과되는 지역자원시설세는 2021년 1718억 원에서 2022년 1937억 원으로 증가했다.


원전이 지역 경제를 먹여살리는 지자체는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2015년 7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이후 9년 만에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을 전기본에 담기 위해 군불을 때고 있어서다.


우선 검토 대상으로 꼽히는 경북 영덕(천지 1·2호기), 강원 삼척(대진 1·2호기) 지역 정가도 물밑에서 주판알을 튕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성진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원전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분석’ 보고서에서 “원전 건설과 운영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효과로는 발전소가 위치한 지역에 집중적인 투자가 유입되며 신규 고용이 창출될 수 있다”며 “의료 등 각종 지원 사업이 전개되는 데다 지방세 납부를 통해 지자체 재정에 도움을 준다”고 지적했다.


세수난에 원전 소재 지역 뿐만 아니라 인근 지역에서도 손을 벌리는 실정이다. 원자력안전교부세 신설을 요구하는 서명 운동에 목표인 100만 명을 훌쩍 웃도는 134만 명의 지역 주민이 참여한 게 이를 증명한다. ‘방사선비상계획구역’으로 지정되는 원전 반경 30㎞ 내 지자체에 방재 계획 수립 및 훈련 실시에 필요한 비용을 국비로 지원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일각에서는 사용후핵연료에 지역자원시설세를 추가로 매기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지만 이중과세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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