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011170)이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석유화학 불황으로 5개 분기 연속 적자를 냈다. 올 하반기도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전망이지만 전지소재, 수소, 리사이클 등 신사업 중심으로 사업 구조를 재편해 실적 개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손실이 770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대비 적자 폭이 증가했다고 8일 공시했다. 지난해 2분기 이후 5개 분기 연속 적자다. 분기 적자 폭도 직전 1분기의 262억 원보다 크게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5조 24억 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9% 감소했다. 순손실은 1403억 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석유화학 제품 수요 부진으로 판가가 하락해 재고평가손이 증가하고 우너재료 역래깅(원재료 투입 시차) 효과가 발생해 적자 규모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기초소재 사업은 매출 2조 7557억 원, 영업손실 828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5월 초부터 유가가 하락하면서 주요 원료인 나프타 투입 가격이 1분기 688달러에서 2분기 600달러로 내렸다. 이에 따른 역 래깅 효과로 발생한 손실 규모는 기초소재 사업에서 900억 원, 자회사 롯데케미칼타이탄에서 220억 원 수준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첨단소재 사업 매출은 1조 988억 원, 영업이익은 751억 원이었다. 고수익 지역 매출 확대와 제품 스프레드(마진) 개선, 운송비 안정화에 수익성이 개선됐다. 롯데케미칼타이탄의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5437억 원, 1116억 원으로 집계됐다. 미국 자회사 LC USA의 매출은 1498억 원, 영업손실은 78억 원이었다.
김민우 롯데케미칼 HQ전략기획본부장은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2분기 초까지는 중국 리오프닝 수요 등으로 제품 스프레드가 개선돼 업황 회복 가시화를 기대했으나, 경기 회복은 지연됐고 수요 회복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기적으로 수요 성장을 견인하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하반기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석유화학 시황 반등 시점 예측은 다소 조심스럽다"도 덧붙였다.
롯데케미칼은 향후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초소재 사업의 경우 경쟁이 심해지는 범용 제품 비중을 축소하고 태양광 소재, 2차전지 분리막용 폴리머 등 고부가 제품 비중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원료 경제성 확보를 위해 액화석유가스(LPG) 투입 비중을 늘리고 시장 상황에 따라 가동률을 최적화하고 있다.
김 본부장은 "올해 초 파키스탄 고순도 테레프탈산(PTA) 설비 매각 이후 2분기에는 중국 에틸렌옥시드(EO) 생산 설비를 매각하는 등 수익성이 낮고 전략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국내외 사업을 정리하는 경영 합리화도 꾸준히 실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신사업은 본격화한다. 롯데케미칼은 미국에 이차전지용 양극박 생산공장을 건설 중이다. 고객사도 삼성SDI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 SK온까지 확대를 추진 중이다.
이차전지 동박 생산 기업인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25년 이후 유럽과 북미 시장에서 고강도·고연신, 극박의 하이엔드 동박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보고 관련 투자에 나서고 있다. 연내 북미 생산공장 부지도 확정할 예정이다.
김 본부장은 "신규 투자 건은 업황 회복 지연을 반영해 보수적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투자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면서도 "전지 소재, 수소, 리사이클 사업 등 신성장 사업 투자는 차질 없이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