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동성애’ 표현 금지…‘코란 소각 시위’에 등 터지는 LGBT

스웨덴·덴마크 자극 위해 성소수자 핍박
언론 매체·SNS·인터넷업체·이동통신사 등에
‘동성애’ 대신 ‘성적 일탈’ 단어 사용 강제

이라크 바드다드에서 이슬람 시아파 지도자 알 사드르의 지지자들이 지난달 12일(현지 시간)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불태우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이라크 당국이 8일(현지 시간) 언론 매체 등에 '동성애' (homosexuality)'와 '성별'(gender·사회적 성)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 최근 스웨덴, 덴마크와의 관계가 악화하는 가운데 성소수자(LGBTQ+)에 애꿎은 불똥이 튀는 모양새다.


이라크 통신 및 미디어 위원회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라크 내 언론과 소셜미디어 등에 두 단어를 사용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이 조치는 이동통신, 인터넷 업체에도 광범위하게 적용됐다. 대중매체는 물론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도 해당 용어 사용이 금지된다는 의미다. 위반 시 벌금 등의 제재가 부과될 수 있다.


그러면서 당국은 ‘동성애’ 대신 “'성적 일탈(sexual deviance)’이라는 정확한 용어를 쓰라”고 덧붙였다. 이라크는 동성 성관계를 불법으로 적시하지는 않았지만 동성애 사회를 억압할 목적으로 느슨한 처벌 조항을 정해놓았다.



지난달 20일(현지 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이슬람교도들이 경전인 쿠란을 들고 반 스웨덴 시위를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최근 이라크에서는 성소수자를 향한 적대적 분위기가 부쩍 확산하고 있다. 여론 악화를 촉발한 것은 올해 연초와 6~7월 사이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잇따라 벌어진 쿠란(이슬람 경전) 소각 시위다. 이에 ‘신성 모독’이라며 격분한 이슬람 시아파 성직자들은 비난의 화살을 성소수자에 돌렸다. 두 국가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는 등 성소수자 권리 보장에 앞장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덴마크, 스웨덴 내 극우세력이 코란을 불태울 때마다 이라크 내 스웨덴 대사관 앞에서는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이 불타는 식의 ‘맞불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앞서 로이터통신의 6월 보도에 따르면 시아파 지도자 알 사드르는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반(反)스웨덴 시위에서 계속 무지개 깃발을 태울 것을 지시하며 “그들(스웨덴)을 가장 짜증 나게 하는 행위”라고 설명했다. 성소수자가 북유럽 내 이슬람 혐오 정서와 아무런 인과 관계가 없는데도 표적으로 삼고 있음을 인정한 셈이다.


한편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올해 3월 이라크 내 성소수자들에 대한 폭력과 관련된 보고서를 내고 "경찰과 무장단체가 LGBT에 대한 폭력, 살인, 고문 등을 일삼고 있지만 이라크 정부는 폭력을 멈추거나 책임을 묻기 위해 어떠한 행동도 취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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