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태풍 ‘독수리’의 영향으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중국 허베이성에서는 주민들의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140년 만의 최대 폭우’ 탓도 있지만 중국 정부가 허베이성이 둘러싸고 있는 수도 베이징의 홍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하천 둑을 일부러 무너뜨리는 등 희생양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일당 독재라는 체제 특수성에도 중국에서는 종종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13년 취임 당시 세 가지 함정을 경고했다고 한다. 정부가 한 번 신뢰를 잃으면 일을 잘하든 못하든 국민들이 믿지 않는 ‘타키투스의 함정’, 고성장을 거듭하던 개발도상국이 중진국에 이르러 성장 동력을 상실하는 ‘중진국 함정’, 기존 패권국과 신흥 도전국 사이의 필연적인 충돌을 뜻하는 ‘투키디데스 함정’ 등이다. 역설적으로 이 같은 우려는 시진핑 체제에서 현실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과도한 중화 패권주의와 사회주의 정책 때문이다. 집단 시위 발생과 온라인 공간의 비판 게시물 등은 정부 신뢰도에 금이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 중국의 인권 침해와 ‘늑대전사 외교’ 등에 대한 반발로 외국 국민들의 중국 비호감도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중국의 경제 부진은 공산당 정권 신뢰도 훼손을 부채질하고 있다. 시진핑 정권은 대규모 투자에 의존하는 성장 모델이 한계에 이르자 ‘공동부유(共同富裕)’라는 분배 정책에 매달리다 민간 경제를 더 위축시켜 일본식 장기 저성장 우려를 키우고 있다. 또 덩샤오핑의 ‘도광양회(韜光養晦·재능을 감추고 실력을 키움)’ 유훈을 버리고 너무 일찍 미국 패권에 도전했다가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외국인 자금 탈출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시진핑 정권은 ‘중국식 사회주의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겠다’는 기존의 정책 노선을 포기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세 가지 중 하나의 함정에라도 깊이 빠진다면 국제 질서와 글로벌 경제에 일대 혼란이 불가피하다. 지리적·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인 한국에는 ‘차이나 리스크’에 대비하는 더 절실한 전략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