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자산운용사 등 기관투자가가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해 일정 부분 손실을 떠안는 손익차등형펀드가 최근 공모펀드 시장의 구원투수로 각광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17일부터 단독 판매한 ‘한국투자글로벌신성장펀드’가 919억 원을 모집하며 설정을 완료했다고 9일 밝혔다. 한국투자금융그룹의 후순위 투자 출자분까지 포함하면 전체 운용 규모는 1080억 원 수준이다.
한국투자글로벌신성장펀드는 7개 사모펀드에 고객의 공모펀드가 선순위로 투자하고 한국투자금융지주를 비롯한 계열사가 후순위로 투자해 고객의 수익률을 제고하는 방식을 따른다. 후순위 투자자가 15%까지 먼저 손실을 반영해 투자 안전성을 높인 것이 특징이다. 수익이 발생하면 고객의 이익으로 우선 배정하고 10%를 초과하는 이익은 선순위와 후순위 투자자가 절반씩 나눠 갖는다.
펀드의 투자 대상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전기차 △바이오 △명품 △우주경제 △클라우드 등 7개 영역이다. 운용은 한국투자신탁운용이 맡았다. 한국투자증권은 이 펀드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난달 28일 5대 증권사 가운데는 유일하게 사모펀드 운용업 인가를 취득하기도 했다.
최근 단기간에 투자 자금을 모은 손익차등형펀드는 이뿐만이 아니다. 브이아이피자산운용(VIP자산운용)도 올 2월 손익차등형펀드인 ‘VIP The First’를 출시해 첫날 300억 원 전액 완판을 기록했다. 당시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국내 주식형 공모펀드가 출시 하루 만에 완판된 것 자체를 이례적인 일로 평가했다.
VIP The First 펀드는 손실 발생 시 10% 한도까지 VIP자산운용이 자기자본으로 막는 구조로 설계됐다. 이익이 발생해도 수익률이 15%에 도달할 때까지는 후순위 투자자인 VIP자산운용의 돈으로 잡히지 않는다.
SK증권(001510) 산하 PTR자산운용은 지난해 8월 42억 원 규모의 손익차등형펀드 ‘PTR커버드리스크 목표달성 1호’를 결성한 데 이어 올 3월에도 35억 원 규모의 ‘PTR 커버드리스크 목표달성 2호’를 내놓았다. 해당 펀드들 역시 손해가 날 경우 10%까지는 PTR자산운용이 자기자본으로 손실을 인식한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개인고객그룹장은 “앞으로도 손익차등형펀드처럼 손실 우려를 줄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품을 적극 출시해 고객 수익률을 제고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