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커피 강국' 다 접수했는데…유독 맥 못추는 '이 나라' 어디?

베트남 호찌민시의 한 스타벅스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커피를 마시고 있다. UPI 연합뉴스

미국의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는 ‘커피 강국’ 이탈리아도 접수했지만 세계 2위 커피 수출국인 베트남에서는 유독 부진한 성적을 보인다. 베트남의 지난해 커피 시장 규모는 12억달러(약 1조5600억원)였지만 진출한 지 10년이 넘은 스타벅스가 현지 시장 점유율은 채 2%대에 그친다.


지난 6일(현지시간) 영국 BBC는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 자료를 인용해 이와 같이 보도했다. 매체는 베트남 사람들이 커피를 좋아하지만, 스타벅스는 선호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에 관해 나다니엘 림 유로모니터인터내셔널 애널리스트는 "현지 커피를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스타벅스의 입지는 제한적이다"고 설명했다.


스타벅스 매장 확장 속도도 더딘 편으로 현재 베트남 내 스타벅스 매장은 92개다. 인구 100만명당 1개 매장 미만인 셈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인구 100만명당 36개꼴로 스타벅스 매장이 있다.


스타벅스가 베트남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로 높은 가격이 첫손에 꼽힌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길거리 커피 노점이 흔하다. 가격 역시 저렴해 베트남 사람들은 노점 바닥에 앉아 커피를 마시곤 한다. 베트남에서 커피는 사치와는 거리가 멀다고 BBC는 보도했다.


스타벅스 미디엄 사이즈 음료는 약 9만동(약 4950원)이다. 한 달 평균 소득이 345달러(약 44만9000원)인 베트남에서 비교적 높은 가격인 셈이다.


현지인들에게 스타벅스는 매장 인테리어가 깔끔하고 고급스럽지만 ‘쓰는 돈이 아깝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게다가 베트남의 입맛 공략에도 실패했다는 분석이다. 베트남은 현지에서 수확한 로부스타 원두를 사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베트남에서 소비되는 커피의 97%가 로부스타 품종인 정도다. 그런데 스타벅스는 100% 아라비카 원두를 고집한다. 그렇지만 카페인이 더 많고 향과 쓴 맛이 강한 로부스타에 길들여진 현지인들에게 스타벅스 커피는 밋밋한 것으로 여겨진다.


한때 일부 젊은층 사이에서는 스타벅스의 컵이나 텀블러 등 굿즈를 모으는 게 유행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역시 스타벅스가 베트남에 진출한 초기보다 흥미가 떨어진 것으로 BBC는 전했다. 심지어 굿즈를 수집하는 사람들조차 ‘스타벅스의 커피는 특별함이 없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스타벅스 베트남 진출 10주년인 올해 목표로 ‘100호점 개장’을 공언한 바 있다. 파트리샤 마르케스 스타벅스베트남 총괄대표는 지난 1월 현지 매체 브이앤익스프레스(VnExpress)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은 계획을 밝히며 "외국계 커피 체인의 장점을 살려 현지업체들과 경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베트남의 커피 체인 순위는 매장이 592개에 달하는 하이랜드커피가 압도적 1위(올해 1월 기준)다. 이어 더커피하우스가 154개, 푹롱 130개, 쭝응웬레전드 95개 등으로 토종 브랜드들이 상위권을 독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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