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 아파요" 맹장염→복막염 번진 英 잼버리 대원, 긴급수술로 고비 넘겨

가천대 길병원, 의료지원 중 복막염 발견…긴급 수술
7일부터 인천 지역에 2팀 급파…의료서비스 지원 나서

가천대길병원은 영종도 골든튤립호텔에 부스를 차리고 의료지원을 제공 중이다. 사진 제공=가천대길병원

태풍 ‘카눈’ 여파로 인천 지역에서 남은 일정을 소화하던 영국 잼버리 대원이 가천대길병원 의료진의 도움으로 급성 충수염(맹장염)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진단 시기를 놓쳐 이미 복막염으로 번진 상태였지만 현장에 대기 중이던 의료진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위기를 넘겼다.


11일 가천대길병원에 따르면 김성민 외과 교수가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 행사 참석차 방한했다가 급성 충수염이 발생한 영국 국적의 A양에게 복강경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


A양은 지난 7일 오후 7시경 고열과 함께 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골든튤립 인천공항 호텔’에 마련된 의료지원 부스를 찾았다. 복통의 양상으로 미뤄 복막염을 의심한 의료진은 현장에 대기 중이었던 가천대 길병원 엠뷸런스를 이용해 A양을 신속하게 병원 응급실로 옮겼다. 진단 결과는 급성 충수염에 의한 복막염이었다. 흔히 맹장염이라고 불리는 급성 충수염은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 발병률이 높은 병으로, 우측 하복부의 극심한 통증이 특징적으로 나타난다. 오른쪽 골반과 배꼽 사이를 눌렀을 때 통증이 심해진다면 맹장염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식욕부진, 오심, 복부 팽만감 등 급체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이 심해진다. 자칫 치료시기를 놓치면 충수에 구멍이 생기는 천공이 발생하고, 그로 인해 충수 안에 증식해 있던 세균들이 복강으로 흘러 들어가 복막염으로 악화하게 된다. A양의 경우 이미 복막염으로 진행되어 염증이 복막 내에 광범위하게 퍼진 상태였다. 급성 충수염은 최소 증상 발현 이후 24시간 이내 치료를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염증이 심해질수록 수술이 복잡해지고 합병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인천대학교 기숙사 로비에 마련된 가천대 길병원 의료지원부스에서 내과 전문의와 간호사, 응급구조사 등이 진료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 제공=가천대 길병원

길병원 의료진들은 긴급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고, 이튿날인 8일 김 교수의 집도 아래 복강경을 통한 수술이 진행됐다. 배에 작은 구멍을 내어 복강경을 삽입한 다음 진행하는 복강경 방식은 맹장이 위치한 부위의 배를 직접 갈라 진행하는 개복수술보다 회복기간이 짧고 흉터가 거의 남지 않는다는 장점을 갖는다. 의료진의 신속한 대처 덕분에 골든타임을 넘기지 않고 신속하게 수술을 받은 A양은 11일 오전 현재 컨디션을 회복 중이다. A양의 어머니도 전일(10일) 오후 급히 입국해 A양의 곁을 지키고 있다. 가천대길병원 국제의료센터 전담 코디네이터가 이송부터 수술 전 과정에서 긴밀히 소통한 덕분에 환자, 보호자 모두 타국에서도 안심하고 치료를 받을 수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김 교수는 “수술 전 상태로 봤을 때 통증이 심했을 텐데 다행히 너무 늦지 않게 병원에 온 덕분에 수술이 잘 끝났다"며 "며칠 더 안정을 취하면 건강하게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천대 길병원은 지난 2일부터 전라북도 새만금 일대에서 진행된 잼버리 행사장에 온열질환자와 부상자가 속출하자 의료진을 급파해 지원에 나섰다. 태풍의 영향으로 세계스카우트연맹이 새만금 야영장 조기 철수를 결정하며 대원들이 수도권에서 남은 일정에 소화하게 되자 인천광역시와 협력해 인천 지역에서 의료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진료1부 조용균 부원장, 공공의료사업단 문종윤 실장을 비롯해 간호사, 국제의료 코디네이터, 응급구조사 등이 참여하는 길병원 의료지원팀은 2개의 팀으로 나뉘어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에 머물고 있는 잼버리 참가자 600여명과 ‘골든튤립 인천공항 호텔’에 머무는 300여명 등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김우경 가천대 길병원장은 “타지에서 생각지도 못하게 수술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의 빠른 쾌유를 기원한다"며, "잼버리 참가자들이 한국의 의료기관에 대한 좋은 인상을 가지고 건강하게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모든 의료진이 정성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안경진 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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