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흉기난동 등과 전쟁 나섰으나…원인 파악 위한 실태조사가 우선시돼야[안현덕 기자의 LawStory]

법무부, 절대적 종신형 도입…사법입원제도도 검토 중
살인 예고글·흉기소지 등 처벌근거 마련…法개정 돌입
신림역·서현역 흉악범 기소·송치…살인예고글 315건
처벌 강화 카드 대처이지만, 사후적 실효성 기대 정책
美 실태조사 후 정책 도입…근본 원인 파악이 중요해

4명의 사상자를 낸 '신림동 흉기난동 사건' 피의자 조선이 지난달 28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살인 등 흉악범죄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법령 개정 작업에 본격 착수했다. 가석방 없는 무기형(절대적 종신형) 도입은 물론 살인 예고글을 강력 처벌할 규정을 신설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신림역에 이어 서현역에서 ‘묻지마 흉기난동’ 사건이 발생하고, ‘○○○에서 살인을 하겠다’는 예고글마저 온라인상에서 기승을 부리자 꺼낸 ‘대응 카드’다. 하지만 이들 대책이 처벌 강화에 중점을 둔 만큼 사건이 왜 발생했는지 등 근본 실태 조사 등 실질 대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절대적 종신형을 신설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14일부터 다음달 25일까지 입법 예고한다. 개정안의 핵심 내용은 무기형을 가석방을 허용하는지에 따라 구분한다는 점이다. 또 법원이 무기형을 선고하는 경우에는 가석방 허용 여부를 함께 선고하도록 했다. 가석방이 허용되는 무기형을 선고한 때에만 가석방이 가능하게 했다. 현 형법 41조에서는 ‘징역 또는 금고는 무기와 유기’로만 구분했다. 같은 법 72조는 ‘징역이나 금고의 집행 중에 있는 사람은 행상(行狀)이 양호해 뉘우침이 뚜렷한 때에는 무기형은 20년, 유기형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난 후 가석방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무부는 입법 예고 기간 중 의겸 수렴을 거쳐 개정안을 확정할 계획이다. 사법입원제도 도입도 법무부가 검토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는 법관 결정에 따라 중증 정신질환자를 입원하게 하는 제도. 법무부는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적용 사례를 참고하고, 보건복지부 협의를 거쳐 실제 도입할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사법입원제도는 ‘안인득 사건’ 등 앞서 정신질환자의 흉악범죄 발생 당시 도입이 논의된 바 있다. 하지만 실제 도입되지는 못했다. 이외에도 법무부는 살인 예고글 등 공중협박 행위와 공공장소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 살인, 상해 등 범죄에 이용될 수 있는 흉기를 소지하는 행위를 처벌할 수 있는 근거 규정도 법률을 개정해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3일 발생한 ‘분당 흉기 난동 사건’ 피의자 최원종이 10일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성남수정경찰서 유치장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성남=연합뉴스

정부가 이른바 ‘흉악범죄와 전쟁’에 나선 이유는 살인 등 흉악범죄가 연이어 발생한 데 이어 살인 예고글까지 속출하면서 국민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살인·살인미수 등 혐의로 지난 11일 구속 기소된 조선(33)은 앞서 서울 신림역 인근에서 20~30대 남성을 향해 무차별적으로 흉기를 휘둘러 1명이 사망했다. 살인·살인미수·살인예비 혐의로 20일 검찰에 송치된 최원종(22)은 서현역 인근에서 보행자들을 향해 차량을 몰고 돌진한 뒤 차에서 흉기를 들고 내려 시민들에게 마구 휘둘렀다. 이로 인해 1명이 숨지고, 13명이 다쳤다. 부상자 가운데 차에 들이받힌 20대 여성 1명은 여전히 뇌사 상태다. 게다가 경찰이 지난달 27일부터 11일까지 전국에서 파악한 살인 예고글만도 315건에 이른다. 검챁은 수사 과정에서 119명을 검거하고 11명을 구속했다.


연이은 흉악범죄·살인 예고글에 따른 국민 불안감에 극에 이르자, 정부가 처벌 강화를 내용을 담은 법률 개정 카드를 꺼낸 셈이나, 일각에서는 해결책으로 보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 대책이 대부분 사후적으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흉악범죄가 발생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한 사회 실태 조사 등 정확한 자료를 근간으로 한 범정부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 8일 흉악범죄 예고 글로 학교가 일시 폐쇄된 서울 시내의 한 고등학교에 경찰관이 배치돼 있다. 연합뉴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흉악범죄로 인한 공포·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가 인간 안보의 핵심 가치이나 현 정부 대책은 처발 강화에 중점을 두었을 뿐 핵심은 건드리지 않고 있다”며 “묻지마 흉기난동과 같은 흉악범죄가 발생하는 실질적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석이나, 이를 파악하기 위한 통계 조사조차도 여전히 제대로 이행되지 안혹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경우 흉악범죄가 발생할 경우 대통령 산하 위원회 실시한 근본적인 실태조사를 근간으로 대책을 내놓고 있다”며 “근본 원인 파악을 우선 순위에 두고 정책을 도출하는 접근법이 정부에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정부가 내놓은 정책들이 큰 상처에 반창고로 대처하는 방식으로 근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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