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와 아이폰 [윤기자의 폰폰폰]

걸그룹 뉴진스는 요즘 가장 ‘힙’한 K팝 아티스트입니다. IT업계에서도 뉴진스가 화제입니다. 삼성전자의 ‘심장’을 겨눴다는 평가를 받은 강남 애플스토어 개장식에 참석한 데 이어 애플 아이폰 모델이 됐잖습니까. 아이폰으로 찍은 신곡 ETA 뮤직비디오는 아이폰 광고에도 쓰이고 있습니다. 이 광고는 국내용이 아닙니다. 글로벌 각지에 뉴진스가 출연한 아이폰 광고가 송출되고 있습니다. 뉴진스와 K팝의 높은 인지도를 알 수 있는 대목이죠.



뉴진스 ETA 뮤직비디오가 담긴 애플 아이폰 광고. 사진제공=애플

뉴진스와 아이폰은 또 다른 의미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검토 소식 때문입니다. 지난달 30일 한 음악방송에 출연한 뉴진스가 공연 중 아이폰14 프로를 꺼내 멤버들이 서로 촬영하는 퍼포먼스를 20초가량 펼쳤습니다. 간접광고라는 민원이 잇따르자 방심위가 이를 살펴보겠다는 뜻입니다.


방송을 보고 크게 놀랐습니다. 너무나도 노골적인 광고여서요. 이 정도면 간접이 아니라 직접광고죠. 팬들이 반발하신다 들었습니다만, 이런 방식이 허용된다면 음악방송이 광고판이 될 겁니다. 드라마 PPL도 부담스러운데 음악방송에서 매번 이런 장면을 본다면 결과적으로 퍼포먼스의 질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여하간, 뉴진스와 애플의 밀접한 공조(?)를 바라보는 삼성전자는 배가 많이 아플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난 현 시점 가장 핫한 아티스트를 미국 경쟁사에 빼앗겼으니까요. 삼성전자 모바일 전략의 가장 큰 고민은 갤럭시가 MZ세대에게 외면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미지 쇄신의 가장 쉬운 방법이 힙한 아티스트와 콜라보인데 그 기회를 놓쳐버렸죠.


사견입니다만, 삼성도 당연히 뉴진스에게 접근했었을 것 같습니다. 소속사가 거절했겠죠. 삼성측이 제시한 조건이 더 좋았어도 애플과 손 잡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이폰 모델이 된다는 것은 뉴진스의 브랜드 가치를 더해주니까요. 힙하고 고급스러운 이미지는 돈으로도 살 수 없죠. 어쩌면 애플이 뉴진스에게 이렇다 할 모델료조차 제공하지 않았을 수 있습니다. 애플에 돈을 내고라도 아이폰 모델이 되고 싶다는 아티스트가 많을 테니까요.


아마 같은 조건이라면 어떤 아티스트라도 애플을 택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에게는 참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10여년 간의 제품 경쟁력 강화로 갤럭시가 안드로이드 진영 최강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성공했으나 프리미엄을 넘어선 ‘힙’하고 ‘핫’한 이미지는 최대 경쟁사가 쥐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Z세대는 이런 무형의 이미지에 끌려 갤럭시 대신 아이폰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갤럭시Z 플립5 아티스트 콜라보 케이스. 사진제공=삼성전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삼성전자 DX부문 타운홀미팅이 화제가 됐죠. 10대의 높은 아이폰 선호도에 대한 질문에 한 임원이 감정적인 선망 때문이라는 묘한(?) 답을 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실여부는 물론 정확한 대화의 맥락도 알 수 없습니다만, 저는 감정적인 선망 또한 선호의 일부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호는 각자가 느끼는 효용에 따라 결정됩니다. 어떤이에게는 통화녹음의 효용이 크죠. 또 다른 누군가는 통화녹음에는 아무런 가치를 느끼지 못하지만 사과 마크 하나에 큰 효용감을 느낄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효용을 숫자로 환산한 것이 지불의사, 즉 가격이겠죠.


시장과 싸우지 말라는 격언이 있습니다. 장사꾼은 소비자를 탓해서는 안됩니다. 현재의 소비자 선호는 주어진 시장상황이니까요. 시장은 바꿀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삼성 입장에서는 애플이 지닌 무형의 이미지를 추종하는 소비자들이 답답할 수 있겠습니다만, 어쩌겠습니까. 맞추고 적응해 살아남아야죠.


삼성도 가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마침 MZ 타겟 전략제품 갤럭시Z 플립5가 정식 출시됐습니다. 전용 커버가 인상적이더군요. 이미 플립 시리즈에 대한 20대 여성 선호도가 매우 높다고 하죠. 9월에는 아이폰15 시리즈가 공개될 예정입니다. 플립5가 좋은 성과를 거둬 아이폰15와 치열한 경쟁을 펼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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