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이날만 기다렸어요” 태풍도 뚫은 K뷰티 인기

■롯데百·한국방문의해위원회 ‘K뷰티 클래스’
외국인 관광객·韓거주 외국인 대상
K뷰티 브랜드 소개, 트렌드 설명 등
보자기아트·궁중약과 '전통 체험'도
2회차 10일 태풍 불구 "꼭 갈거다"
"韓 연예인 피부 비밀 알았다" 만족
브랜드 관심↑ 내용 강화해 운영키로
국적별 선호 브랜드 나눠 해당언어로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문화센터에서 진행된 ‘K뷰티 클래스’에 참석한 외국인들이 주요 제품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사진 제공=롯데백화점

제6호 태풍 카눈이 남부지방을 지나 서울을 향해 올라오던 지난 10일 오후. 많은 이들이 서둘러 집으로 발걸음을 옮길 때,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문화센터 앞에 10여 명의 외국인 여성들이 모여들었다. 누군가는 거센 비바람에 속수무책 당한 듯 옷 한쪽이 젖어 있었고, 또 누군가는 레인 부츠와 비옷으로 단단히 태풍에 대비한 모습이었다. 일찌감치 문화센터에 도착해 로비에서 기다리던 이들은 오후 5시가 되자 설렘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하나둘 강의실로 들어갔다. 궂은 날씨에도 국적 다른 11명의 외국인을 한데 모은 것은 다름 아닌 ‘K뷰티 클래스’. 롯데백화점이 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 함께 기획한 외국인 대상 프로그램이다. 한국방문의해위원회에서 외국인 관광객과 국내 거주 외국인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았는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해당 기획이 알려지면서 많은 신청이 몰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일에 이어 2회차였던 이날 수업은 태풍 북상으로 한때 주최 측이 취소를 고려했으나 수강생으로 선발된 외국인들이 “한 달 내내 기다렸다”, “수업에 꼭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보여 예정대로 일정을 진행했다. 주최 측은 정원 10명인 이 수업의 최종 수강생을 ‘미 연락 불참자’를 고려해 13명 선발했는데, 10일 일정에는 총 11명이 참석했다. 사실상 100% 출석률이다.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문화센터에서 진행된 ‘K뷰티 클래스’에 참석한 외국인들이 강의 내용과 주요 제품 사용 과정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 있다./사진 제공=롯데백화점

수업 열기는 뜨거웠다. 이날은 해외에서도 유명한 ‘설화수’에서 강사가 나와 브랜드를 소개하는 한편, 인기 제품을 수강생들과 직접 테스트해보며 원료와 성분, 피부 관리 노하우, 뷰티 트렌드 등을 설명했다. 책상에는 1인당 직접 써볼 수 있는 화장품이 세팅돼 있었는데, 학생들은 저마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가며 순간 순간을 기록했다. 이집트에서 온 니바나씨는 “평소 한국 문화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는데, 연예인들의 자연스러운 피부 표현이 궁금했다”며 “인스타그램에서 공지를 보자마자 신청했다”고 말했다. 스페인에서 온 로미나씨도 “한국 화장품을 좋아하는데, 주로 로드샵 브랜드였다”며 “오늘 클래스에서 새 브랜드와 다양한 한국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만족해했다. 수업 중 일부 수강생은 유창한 한국어로 제품의 제형이나 향에 대한 소감을 말해 강사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수강생의 국적은 인도네시아, 미국, 우즈베키스탄, 브루나이, 대만, 홍콩, 이집트, 카자흐스탄, 스페인(2명), 몰타 등 총 10개국으로 다양했으며 강사의 한국어를 전문 통역사가 영어로 전달하는 형태로 진행됐다.


외국인들은 유명 상품을 일방적으로 소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전통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는 데서 프로그램에 높은 만족감을 표했다. K뷰티 클래스는 1회 ‘후’, 2회 ‘설화수’ 등 특정 브랜드를 중심으로 제품을 알리면서 그 안에 보자기 아트, 궁중 약과 먹기 등을 녹였다. 2회 수업에서도 고급 보자기를 활용해 수강생들이 직접 선물 상자를 꾸미며 즐거운 한때를 보냈다. 예쁘게 모양을 내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선 채 포장에 열중하거나 처음 만난 다른 나라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등 수강생들의 호응도 좋았다. 각자가 열심히 포장한 상자 안에는 설화수의 달항아리 백자 용기가 들어 있는데, 주최 측은 이 용기와 15만 원 상당의 한국 인기 화장품 샘플로 구성된 파우치를 수업 참가자들에게 선물했다.



지난 10일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문화센터에서 진행된 ‘K뷰티 클래스’에 참석한 외국인들이 보자기 아트를 체험하며 직접 보자기로 선물 상자를 포장하고 있다./사진 제공=롯데백화점

롯데백화점은 두 번의 수업 결과를 바탕으로 내용을 보강해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뷰티 클래스를 더욱 강화해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영어로만 진행한 1·2회와 달리 앞으로는 중국어, 일본어 등 국가별로 세분화해 프로그램을 개설하고, 기초·색조 등 다양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김다정 롯데백화점 뷰티 바이어는 “엔데믹과 함께 화장품들의 대외 홍보가 활발해지는 시점이라 클래스에 대한 업체들의 반응도 긍정적”이라며 “8월 운영 내용을 토대로 국가별 선호 브랜드를 나누고, 해당 나라의 언어를 사용해 수업을 진행하는 등 프로그램을 보완해 선보일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외국인 관광객의 방한이 증가하면서 K 뷰티에 대한 열기도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올해 1~7월 롯데백화점에서 외국인 관광객이 구매한 뷰티 상품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배 증가했다. 그중에서도 관광특구인 명동에 위치한 본점은 같은 기간 매출이 7배 이상 늘어나며 더욱 큰 신장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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