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제로’ 전쟁이 제로슈거에 이어 제로카페인 경쟁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한국코카콜라가 설탕과 카페인을 모두 뺀 콜라를 선보인 가운데, 롯데칠성음료도 무카페인 펩시콜라 출시를 최근 예고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스파탐 발암가능 물질 지정으로 대체당을 둘러싼 소비자의 피로감이 컸던 만큼 디카페인 신제품으로 이슈를 전환하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이달 초 실적 공시를 통해 올해 4분기 제로슈거·디카페인 펩시콜라 출시 계획을 밝혔다. 롯데칠성음료는 선진국의 경우 제로슈거 이후 디카페인 시장에 진입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코카콜라도 지난달 설탕과 카페인을 모두 뺀 ‘코카콜라 제로제로’를 내놓았다. 코카콜라 제로제로는 현재 미국, 영국, 호주, 독일 등 세계 각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두 회사의 연이은 신제품 출시는 팬데믹 이후 맛있게 즐기면서도 건강을 챙기는 ‘헬시 플레져(Healthy Pleasure)’ 열풍이 확산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제로슈거 트렌드에 힘입어 롯데칠성음료의 음료 부문 실적은 올해 1분기와 2분기 매출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8.5%, 3.7% 상승했다. LG생활건강의 음료 사업 매출도 올 1분기 6.7% 성장한 4192억 원, 2분기 3.2% 증가한 4812억 원을 기록했다. 두 회사는 각각 한국펩시콜라와 한국코카콜라로부터 콜라 원액을 공급받아 보틀링해 판매하고 있다.
한국코카콜라는 2006년 ‘코카콜라 제로’ 선보인 이후 무설탕 탄산음료 시장을 사실상 독점해왔다. 하지만 2021년 롯데칠성음료가 펩시 제로를 내놓으며 탄산음료의 제로 경쟁은 ‘총성 없는 전쟁터’로 변했다. 코카콜라는 2021년 스프라이트제로, 다음해 닥터페퍼제로, 올해 환타제로, 코카콜라 제로 레몬, 갈배 사이다 제로를 연이어 발표했다. 이에 질세라 롯데칠성도 2021년 칠성사이다제로, 2022년 탐스제로, 올해 밀키스제로, 콜라망고제로 잇따라 출시하며 제로슈거 포트폴리오를 확대해왔다.
일각에서는 WHO의 아스파탐 발암가능 물질 지정으로 한동안 이어진 유해성 논란 및 혼란 분위기를 전환하려는 의도에서 신제품 출시가 잇따르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현재 코카콜라 제로는 아세설팜칼륨과 수크랄로스를, 펩시 제로는 아스파탐을 쓴다. 국내 아스파탐 허용치는 체중 60㎏ 성인이 250㎖ 콜라 55캔을 마셔야 위험한 수준이지만, WHO의 조치로 아스파탐에 대한 과잉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최근 커피를 중심으로 디카페인 소비가 크게 느는 등 잠재 수요도 풍부하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디카페인 커피 수입량은 5252t으로 전년 3664t 대비 43.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