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참전 용사 로저 스트링햄이 1951년 강원도 화천 일대 전투에서 연필로 그린 동료 병사의 스케치. 연합뉴스
그림을 전공한 22세 미군 병사가 한국전쟁의 한복판에서 기록한 6·25전쟁의 순간이 관람객을 만난다.
용산전쟁기념관에서는 17일부터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전 ‘낯선 친구, 한국’이 열린다. 특별전에서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미군 병사 로저 스트링햄(93) 씨가 1951∼1952년 화폭에 담아낸 한국의 산과 풍경, 미군 동료들의 모습, 다양한 작전 활동 등이 전시된다. 외국인 병사의 눈에는 낯설기만 했던 한국이라는 나라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기록화와 사진, 편지, 인터뷰 영상 등으로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스트링햄 씨는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던 전선에서도 맥주·담배·치약·비누 등 보급품 상자 바닥에서 뜯어낸 종이에 연필로 그림을 그려 고향에 있는 부모님에게 보냈고 그의 부모님은 아들이 보내온 작품을 잘 간직해왔다.
노년의 스트링햄 씨는 전쟁 기록화 원본을 보관할 안전한 장소를 찾던 중 그림의 고향이자 매년 200만 명이 넘게 방문하는 한국 전쟁기념관이 적합하다고 보고 미국 비영리단체 한국전쟁유업재단을 통해 지난해 9월 60점의 컬렉션을 기증했다. 전쟁을 겪고 미국으로 돌아간 스트링햄 씨는 전공을 바꿔 물리화학을 공부해 100편 이상의 학술 논문을 쓴 상온핵융합 전문가가 됐다고 전해진다.
특별전은 10월 1일까지 전쟁기념관 2층 전쟁아카이브센터 도서자료실에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