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신인왕에 올랐지만 우승이 없어 아쉬움이 가득했던 이예원(20·KB금융그룹). 두 번째 시즌에선 4개월 새 통산 2승째를 올리며 어느덧 상금왕과 대상(MVP) 경쟁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예원은 13일 제주 서귀포의 테디밸리 골프&리조트(파72)에서 끝난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건설 위브 챔피언십(총상금 12억 원)에서 3라운드 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한 뒤 루키 김민선7과 연장 승부에 들어가 약 6m 버디 퍼트로 정상에 올랐다.
올해 신설된 이번 대회는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10일 예정됐던 1라운드가 취소되면서 4라운드 72홀에서 3라운드 54홀 경기로 축소됐다.
올해 4월 제주에서 펼쳐진 롯데렌터카 여자오픈에서 생애 첫 승의 한을 풀었던 이예원은 4개월 만에 다시 제주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박민지와 박지영, 임진희(이상 2승)에 이어 시즌 네 번째로 다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우승 상금 2억 1600만 원을 더해 상금 랭킹 1위(7억 2592만 원)로 올라섰고, 대상 포인트에서도 2위(344점)로 1위 박지영(370점)을 바짝 추격했다. 올 시즌 상금 7억 원 돌파는 이예원이 처음이다.
이예원은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우승 없이도 상금 랭킹 3위(약 8억 4900만 원)에 오를 만큼 신인답지 않은 꾸준함을 자랑했다. 시즌 종료까지 두 대회를 남기고 신인상 수상을 확정할 정도로 압도적이었다. 딱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우승 트로피였다. 준우승 세 번을 포함해 톱 10에 13차례 이름을 올렸지만 우승은 쉽게 찾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올 시즌은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호주 퍼스에서 두 달간 진행한 전지훈련에서 쇼트게임을 집중적으로 가다듬은 이예원은 2승을 따내며 각종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 강력한 후보로 떠올랐다.
선두 박현경에 3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선 이예원은 침착하게 타수를 줄여나갔다. 5번 홀(파4)에서 약 7m 거리의 버디 퍼트를 성공시킨 그는 8번 홀(파5)에서도 한 타를 줄여 우승 경쟁에 뛰어들었다. 후반 11번과 12번 홀(이상 파4) 연속 버디로 단독 선두에 오른 이예원은 16번 홀(파4)에서 약 10m 거리의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궈 우승에 쐐기를 박는 듯했다. 하지만 17번 홀(파3)에서 이날의 유일한 보기를 범하면서 이날 2타를 줄인 김민선7에게 연장으로 끌려갔다.
마지막에 웃은 건 이예원이었다. 18번 홀(파4)에서 진행된 1차 연장에서 세컨드 샷이 홀 왼쪽 약 6m 지점에 떨어졌지만, 과감한 퍼트로 버디를 잡았다. 이예원은 “제가 먼저 퍼팅을 했는데 절대 짧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컸다”며 “버디를 못하면 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과감하게 쳤는데 라인을 잘 타고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김민선7의 버디 퍼트가 홀을 외면하면서 대회 초대 챔피언에 오른 이예원은 “올 시즌 남은 3개 메이저 대회에서 1승을 추가하고 싶다. 그중 메인 후원사가 주최하는 KB금융 스타챔피언십 우승을 꿈꾼다”며 “올 시즌 시작할 때 목표를 대상으로 잡았다. 지금처럼 열심히 하다 보면 상금왕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연장에서 패한 김민선7은 이 대회 전까지 톱 10에 한 차례 이름을 올렸을 뿐 큰 주목을 받지 못했으나 이번 대회에서 자신의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켰다. 신인상 포인트 6위로 점프한 그는 “신인왕 경쟁에 합류하고 싶다”고 말했다. 신인상 포인트 2위 김민별(1567점)이 이날 7언더파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하며 단독 3위(9언더파)에 올랐고 단독 선두로 출발한 박현경은 1타를 잃어 임진희, 전예성과 함께 공동 4위(8언더파)로 마쳤다. 황유민은 공동 27위(3언더파)로 마감했지만 신인상 포인트 1위(1708점)를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