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죽었어?” 숨진 교사 장례식장까지 온 학부모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리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도 호원초등학교 교사 이영승씨. MBC 보도화면 캡처

2년 전 경기도 의정부의 한 초등학교에서 두 명의 초임 교사가 6개월 사이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가운데 한 교사가 사망한 날에도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가 “정말 죽었는지 확인하겠다”며 장례식까지 찾아온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13일 MBC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경기도 의정부의 호원초등학교에서 근무하던 교사 이영승씨가 세상을 등졌다. 이 교사는 학부모들의 민원에 지속적으로 시달려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사망하는 순간까지도 학부모의 항의와 민원을 받았다. 이씨의 휴대전화에는 장기결석 중인 학생의 학부모 A씨로부터 사망 직전 부재중 전화 2통이 와있었고 숨진 직후에도 문자메시지가 와있었다.


이씨의 회신이 없자 A씨는 다음 날 학교로 찾아왔다. 동료 교사는 "'갑작스럽게 작고하셨다'고 말씀 드려도 안 믿으셨다. 굉장히 난폭하셨다. 거짓말하지 말라고 하셨다"고 떠올렸다.


A씨는 결국 이 교사의 죽음을 확인하겠다며 장례식장을 찾아갔다. A씨는 장례식장에서 유족들에게 행패를 부렸을 뿐 조문은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상황이 담긴 녹취록에 따르면 유족 측이 자리를 안내하자 A씨는 "인사하러 온 거 아니다"라며 공격적인 태도를 보였다.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라는 사실을 알아챈 유족이 "어머니, 남의 장례식장이 놀이터냐"며 따지자 A씨는 "저 아시냐? 내가 못 올 데를 왔나 보다"라며 되레 항의했다.




학부모들의 민원에 시달리다가 결국 극단적 선택을 한 경기도 호원초등학교 교사 이영승씨. MBC 보도화면 캡처

A씨는 당시 장례식장에 간 게 맞느냐는 MBC 기자의 질문에 “모.르.겠.습.니.다”라고 한 음절씩 끊어가며 큰 소리로 답했다. 이어 “전화하지 말라”며 “제가 그러면 역으로 기자를 조사해야겠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이씨는 이 외에도 목숨을 끊기 전날 '아이를 따돌린 학생들에게 공개 사과를 시켜달라'는 또 다른 학부모의 민원을 해결해야 했다. 민원을 제기한 학부모는 화를 심하게 낸 후에도 교감을 만나고 직접 교실을 찾아가기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부임 첫해인 2016년 수업 도중 한 학생이 페트병을 자르다 손을 다친 사건과 관련해 3년이 넘는 기간을 배상 요구에 시달렸다. 해당 학생의 부모는 학교안전공제회 보상금 200만원을 지급받았면서도 이씨에게 연락하며 더 많은 돈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학교 측은 휴직 후 군복무를 하던 이씨에게 직접 해결하라고 문제를 떠넘겨 고인을 더욱 힘들게 한 것으로 밝혀졌다.


3년 후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이 학생의 부모는 '2차 수술'을 한다며 수술비 명목으로 이씨에게 다시 연락해 돈을 요구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이씨의 동료교사는 "당시 폭음하는 사람이 아닌데 엄청나게 폭음을 했다"며 "(이씨가)'지금 또 학부모가 연락을 한다. 제가 그분하고 합의 안 할 거예요'라더라"고 전했다.


한편 이씨에게 지속적으로 민원을 제기했던 학부모 3명은 서로의 존재를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이들이 이씨가 힘들어한 이유를 서로의 탓으로 돌렸다고 전했다.


이씨가 괴로움 끝에 '이 일이랑 안 맞는 것 같다. 하루하루가 힘들었다'는 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향년 25세였다.


경기교사노조 등 5개 경기지역 교원단체는 연대 성명서에서 “사망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유사 사건에 대한 철저한 실태조사를 즉시 실시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또 경기도교육청에 “악성 민원 방지와 악성 민원인 업무방해 고발 등 구체적인 대책을 즉각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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