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국내총생산(GDP)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붕괴 위험이 고조됨에 따라 사실상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에 빠진 중국 경제가 회복 불능 사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증폭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국가에서 인플레이션과 싸우는 사이 중국은 그동안 경험해보지 못한 디플레이션 우려에 직면한 상태다. 중국 경제의 3대 엔진으로 불리는 소비·수출·투자가 모두 부진한 상태에 부동산발 금융 부실까지 더해질 경우 중국 경제는 일본식 장기 불황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음까지 커지는 형국이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부동산 부실이 ‘지방정부융자기구(LGFV) 부실’로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2년이 경과된 헝다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는 상태에서 또 다른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 비구이위안(컨트리가든)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이에 더해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인 원양집단(시노오션)도 2024년 만기 예정인 금리 6% 어음 2094만 달러(약 279억 원)를 상환하지 못해 거래가 중단됐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했다. 부동산 개발 업계에서 시작된 위기는 중국 금융권으로도 불똥이 튀고 있다.
중화권 매체들은 중국의 대표적 부동산 신탁회사인 중룽국제신탁이 중국 상하이증시 상장사인 진보홀딩스·난두물업·셴헝인터내셔널 등 3개 사에 대해 만기가 된 상품의 현금 지급을 연기했다고 전했다. 중룽신탁의 지급 연기는 회사 대주주인 자산관리 회사 중즈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관련이 있으며 이 그룹의 자산관리 규모는 1조 위안(약 182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태가 악화될 경우 ‘중국판 리먼 사태’가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는 것이다.
LGFV는 지방정부 자산을 담보로 투자 자금을 조달하는 특수법인으로 LGFV 부채는 지방정부 대차대조표에 잡히지 않는다. 중국 부동산 회사들의 부실이 단순히 기업만의 리스크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LGFV 그림자 부채로 확산될 수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는 2023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32%에 그치지만 LGFV까지 합할 경우 85%를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3조 7000억 위안 규모의 지방정부 채권 만기가 임박하면서 재정 기반이 취약한 구이저우·후난 등 지방을 중심으로 신용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업체의 연쇄 도산이 발생할 경우 금융권의 건전성 훼손도 우려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경제 회복은 악화하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의해 압박을 받고 있다”며 “최신 데이터를 보면 성장 반등의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도 “올해 중국 상황이 1980년대 부동산 거품이 터진 후 일본과 비슷하다”며 중국이 ‘일본식 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제기했다.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급감하고 있다.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 산업을 둘러싼 미중 무역전쟁에 더불어 간첩법 개정 등으로 중국의 대외 개방 의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2분기(4~6월) 신규 FDI는 지난해 동기 대비 87% 감소한 49억 달러(약 6조 4000억 원)로 집계됐다.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최저치다. 중국 FDI는 지난해 2분기 이후부터 50% 이상 감소하기 시작했다.
올 1월 당국이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선언한 후에도 FDI는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미중 간 갈등 고조가 중국 FDI 감소의 가장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중국은 전날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과 외국인 투자 확대에 관한 의견’에서 6개 부문 24개 조치를 발표했다. 외국인 투자 촉진을 위해 외자 기업에 중국 국민과 동등한 대우를 보장한다는 방침을 담은 것이 골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