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의 잇단 민원을 견디지 못하고 지난달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 교사 A(24)씨에게서 학부모의 혐의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14일 기자간담회에서 "학부모 4명을 조사했지만 아직 입건한 학부모는 없다"며 "현재까지 종합적으로 봤을 때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특히 A씨가 학교 측과 상담할 당시 학부모의 연락을 받고 "여러 번 전화해 놀랐고 소름 끼쳤다"는 취지로 언급한 사실이 알려져 ‘악성 민원’이 극단적인 선택에 영향을 미쳤는지 관심이 집중됐다.
경찰이 조사한 학부모 4명에는 이른바 '연필 사건'으로 A씨와 직접 통화한 학부모들이 포함돼 있다.
A씨가 담임을 맡은 학급 학생이 지난달 12일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긋는 일이 있었고 이와 관련해 A씨가 학부모로부터 민원에 시달렸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경찰은 연필 사건 당사자 학부모와 A씨가 사망 직전까지 통화한 학부모 등 4명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고 휴대전화 등을 분석했다.
당초 A씨의 개인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돼 학부모들이 이 번호로 A씨에게 전화해 악성 민원을 퍼부었다는 의혹도 있었다. 그러나 경찰 조사 결과 학부모들이 A씨 개인 번호로 전화를 건 기록은 확인되지 않았고 A씨가 먼저 전화를 건 적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다만 A씨가 상담 과정에서 직접 연락을 받았다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만큼 경찰은 부재중 통화 내역 등 의혹을 뒷받침할 만한 정황이 있는지 추가 수사를 이어갈 계획이다.
경찰은 연필 사건 학부모들이 지난달 13일 학교를 방문해 A씨와 면담한 과정, A씨 사망 직전 한 학부모가 '선생 자격이 없다'는 폭언을 했다는 의혹도 조사했으나 범죄 혐의는 없다고 판단했다.
경찰 관계자는 "학부모 폭언 등 의혹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며 "범죄 혐의로 볼 만한 부분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A씨의 유서와 일기장이 유출된 정황에 대해서는 유족이 수사 단서를 제공하면 곧바로 수사에 착수하겠다는 입장이다.
A씨가 업무 스트레스에 시달렸다는 의혹 역시 동료 교사들의 진술을 토대로 계속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학부모 4명을 포함해 해당 학교 교사 여럿을 참고인 조사한 경찰은 “해당 교사가 나이스 업무를 맡는다든지 담임을 희망했다든지 등의 내용은 복수의 동료 교사 진술로 확인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폭언과 관련해서도 관련 동료 교사를 조사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범죄의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