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논란 사무관 '왕의 DNA' 표현이…ADHD 치료법 중 하나?

'왕의 DNA, 극우뇌'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곳으로 알려진 사설연구소 온라인 커뮤니티. 사진=네이버 카페 캡처

교사 '갑질' 논란을 일으킨 교육부 사무관 A 씨가 문제가 된 '왕의 DNA' 편지는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라고 주장했다. 해당 표현이 자폐증상이나 과잉행동장애(ADHD) 등의 무약물 치료를 주장하는 한 민간연구소 교육법에 등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녀의 담임 교사에게 갑질을 했다는 의혹을 산 교육부 사무관 A 씨가 지난 13일 교육부 출입기자단에 사과문을 내고 “선생님과 학교 관계자 등에게 마음의 상처를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이번 불찰로 이제까지 아이를 지도하고 보호해 주신 선생님들의 감사한 마음조차 훼손될까 봐 마음이 아프다”고 고개를 숙였다.


A 씨는 “경계성 지능을 가진 자식에 대한 안타까움으로 지혜롭게 대처하지 못했다”면서 “담임선생님에게 드린 자료는 제가 임의로 작성한 것이 아니라 치료기관의 자료 중 일부다. 다만, 전후 사정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고 메일로 이를 전달해 새 담임교사가 불쾌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A 씨가 사과문에서 언급한 '치료기관'은 대전 지역의 한 민간연구소로 알려졌다. 이 연구소는 자폐와 언어·지적장애, ADHD 등 증상을 약물 없이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해당 연구소가 운영하는 온라인 카페의 회원 수만 5300여 명에 이른다. 정서·행동장애 증상이 있는 자녀를 키우면서 고민에 빠진 부모들이 이 카페에 모인 것으로 파악된다.


연구소 카페 매니저는 ADHA 판정을 받은 아이들을 ‘극우뇌’형으로 분류하고, 이들이 '왕의 DNA'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카페 게시글을 보면 이를 치료하는 좌뇌 보강 방법으로 △ 왕자 또는 공주 호칭 사용해 우월한 존재임을 확인시켜 주기 △ 사과는 뇌 기능을 저해하는 요소 △ 고개를 푹 숙이는 인사는 자존감을 하락시킨다 등이 나온다.



교육부 사무관 A 씨가 자녀의 담임교사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진 편지 내용 중 일부. 사진=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 제공

교육부 사무관 갑질 논란 이후 카페 가입자 수가 급증하자 해당 연구소 소장은 글을 올려 "뇌 타입에 따라 양육법이 다른데 옳은 방법으로 양육하면 성공한 인물이 된다는 설명 중에 아이가 ‘왕의 DNA’를 가졌다고 격려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타인에게 군림하고 다른 아이들은 신하 노릇을 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부모에게 주는 미션이었다. 부모가 손수 사회에 적응하는 아이로 만들라는 뜻”이라고 밝혔다.


정신건강의학계는 이 같은 ‘ADHD 무약물 치료’ 주장을 두고 극단적이고 위험하다고 평가한다. ADHD나 자폐 증상을 보이는 아이에게 약물치료는 증상 조절에 도움을 주며, 이를 무조건 거부할 때 또 다른 부작용을 겪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아이에게 정서·행동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될 때 학교와 학부모 모두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편견 없이 아이의 상태를 진단받고 인정하는 것이 교육과 생활지도를 위한 첫걸음이라고 조언이다. 또 일부 학부모의 잘못된 행동은 ADHD 등 정서·행동장애를 향한 편견을 심화시키고 혐오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앞서 A 씨는 자녀의 담임교사 B 씨에게 “‘하지 마, 안돼’ 등 제지하는 말은 절대 하지 않는다” “왕의 DNA를 가진 아이이기 때문에 왕자에게 말하듯이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해도 다 알아듣는다” 등의 내용이 적힌 이메일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대전교육청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A 씨를 직위해제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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