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잼버리 부실 책임 떠넘기기 중단하고 ‘이상한 계약들’ 규명하라

‘제25회 세계스카우트잼버리’의 부실한 준비 실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집행기관인 전북도가 발주한 공사나 용역 계약 256건 중 이행 완료 시점을 잼버리 개막일인 8월 1일 이후로 잡은 것만 15건에 달한다. 잼버리 메인센터의 경우 내년 3월 말에야 완공될 예정이어서 임시 허가를 받아 운용본부 등으로 사용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빚어졌다. 67억 원 규모의 잼버리 2차 기반시설 설치 공사도 폐막 4개월 후인 12월 17일에 끝날 예정이다. 전북도가 행사 개최가 확정된 지 4년 4개월 만인 2021년 12월에야 계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태풍 ‘카눈’이 덮치자 새만금 야영지가 물바다로 변한 것도 ‘이상한 계약들’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국제 행사를 치르면서 지역 기업 우대를 핑계로 특혜가 제공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전북 지역 간부가 대표로 있는 한 업체는 8건, 23억5900만 원 상당의 홍보 용역 계약을 따냈다.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1000위권 수준의 전주 지역 업체가 기반 시설 공사를 수주하기도 했다. 잼버리 준비를 주도해온 여성가족부는 준비 부족과 미숙한 운영에 대한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폭염 대책을 다 세워놓았다”고 장담했던 김현숙 여가부 장관은 소홀한 현장 점검과 소통 부재를 반성해야 한다.


참사 수준의 파행을 겪고도 정치권과 관계 기관들은 변명과 책임 공방으로 일관하고 있다. 김관영 전북도지사는 14일 기자회견을 열어 “새만금 사업은 잼버리가 유치되기 전부터 국가 사업으로 추진돼왔다”며 사실상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사람의 준비가 부족하니 하늘도 돕지 않았다”면서 현 정권의 책임론을 제기했다. 문 정부 시절 행사장의 기반 시설 공정률이 37%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책임 전가라고 할 수 있다. 여야와 관련 기관들은 부실 책임 떠넘기기를 중단하고 원인과 책임 소재 규명에 협조해야 한다. 감사원은 6년간 행사 준비에 1171억 원의 예산이 투입됐는데도 국격을 훼손하는 일이 벌어진 과정을 낱낱이 파헤쳐 문책함으로써 ‘제2의 잼버리 사태’를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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