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코스피 대어로 꼽히는 두산(000150)로보틱스가 다음 달 상장(IPO)을 위해 개인투자자를 모집하는 공모에 나선다. 두산의 핵심 자회사인 두산로보틱스는 이달 중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 심사를 통과한 후 10월까지 코스피에 입성한다는 계획을 확정한 것으로 파악됐다.
15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이번 주 상장위원회를 개최하고 두산로보틱스의 예심을 진행해 결론을 내릴 방침이다. 업계 핵심 관계자는 “거래소 상장위원회가 18일 열려 두산로보틱스의 상장 추진을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앞서 두산로보틱스는 6월 초순 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 예심 청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거래소는 두산로보틱스가 제시한 미래 영업이익 등 실적의 현실성을 최종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로보틱스가 거래소 심사 통과 후 이달 중 증권신고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하면 신고서 효력 발생(15영업일), 기관 수요예측, 공모가 확정, 일반 청약 등 절차를 거쳐 10월께 코스피 상장을 마무리할 수 있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예상 손익 검증이 늦어지더라도 다음 주에는 심사 통과가 이뤄질 것”이라고 전했다. 대표 상장 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006800)과 한국투자증권은 다음 달을 목표로 일반 투자자 청약을 받을 수 있게 준비 중이다.
두산로보틱스의 기업가치는 최대 2조 원 수준으로 거론된다. 2021년 말 프랙시스캐피탈파트너스와 한국투자파트너스로부터 400억 원을 투자받으며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4400억 원이었다. 업계에서는 시가총액이 2조 7000억 원인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의 매출이 두산로보틱스의 3분의 1 정도인 것을 감안해 최소 1조 원 이상의 몸값은 인정받을 것으로 전망한다.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의 협동로봇 기업으로 올 초 식음료 산업에 특화된 E시리즈까지 내놓으며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개별 회계 기준 지난해 매출은 450억 원으로 전년 대비 21.6% 성장했다. 올 1분기 매출 역시 106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5% 늘었고 2분기 두산의 실적 발표에서 상장 전 법률 이슈 등으로 두산로보틱스 매출 등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증권가에서는 두산로보틱스가 2분기 지난해 동기 대비 약 10% 성장한 것으로 추정했다.
다만 두산로보틱스가 아직은 적자 기업인 것이 기업가치 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두산로보틱스는 협동로봇 양산을 시작한 2018년 이후 매년 100억 원 안팎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손실 누적액은 611억 원에 달한다. 올해 코스닥의 첫 대어였던 팹리스 기업 파두(440110)가 기관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에서 예상 밖 흥행 부진을 겪은 것도 두산로보틱스의 어깨를 짓누르는 요소다.
두산로보틱스는 가파르게 커지고 있는 로봇 시장에 기반한 회사의 성장성을 투자자들에게 적극 알린다는 계획이다. 두산 보유 지분이 90.91%에 달하는 두산로보틱스가 구주 매출을 전혀 일으키지 않고 신주 발행으로만 IPO를 진행하는 것도 투자자들의 관심을 높일 수 있는 대목이다. 상장 예정 주식 수의 25%를 공모하는 두산로보틱스가 기업가치 1조 원으로 상장할 경우 2500억 원을 투자금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앞서 보스턴컨설팅그룹은 글로벌 협동로봇 시장 규모가 지난해 6600억 원에서 2026년 1조 9300억 원으로 연평균 27%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두산로보틱스가 조 단위 몸값으로 증시 입성에 성공할 경우 두산의 주가 역시 재평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두산로보틱스 기업가치를 1조 5000억 원으로 가정할 경우 두산의 적정 기업가치는 최소 2조 6000억 원”이라며 “현재 두산의 시가총액은 로보틱스의 가치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