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독립운동에 대해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및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라고 강조했다. 독립운동의 가치를 윤석열 정부의 ‘보편 가치 연대에 기반한 글로벌 중추 국가 전략’과 연계해 도덕적 정당성을 부여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한미 동맹을 기반으로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일본·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도 협력을 강화하고 우크라이나의 재건을 지원하려는 차원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독립운동은) 단순히 빼앗긴 주권을 되찾거나 과거의 왕정 국가로 되돌아가려는 것이 아니었다. 자유와 인권이 무시되는 공산 전체주의국가가 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며 “따라서 우리의 독립운동은 인류 전체의 관점에서도 보편적이고 정의로운 것”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독립운동 정신은 이제 세계시민의 자유·평화·번영을 위해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기여를 다하는 글로벌 중추 국가의 비전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안보 협력은 물론 첨단 기술 협력도 적극 추진해왔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가 공적개발원조(ODA)나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평화를 위한 지원에 재정을 투입하는 것 역시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자유·평화·번영을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보편 국가 연대’를 통해 확보한 ‘압도적인 힘’으로 ‘담대한 구상’을 흔들림 없이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담대한 구상은 지난해 광복절에 윤 대통령이 제시한 대북 정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담대한 구상을 ‘억지·단념·대화’ 3단계로 나눠 설명하며 우선 1단계인 ‘억지’를 달성하기 위해 대북 억제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북한을 겨냥해 “70년 동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온 북한은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 사회를 교란시키고 공격해왔다. 이것이 전체주의의 생존 방식”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인 것도 이러한 전략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이번 경축사에서 대북 억제력을 강화할 핵심 자산으로서 유엔사령부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유엔사는 ‘하나의 깃발 아래’ 대한민국의 자유를 굳건히 지켜온 국제 연대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북한이 침범하면 유엔사의 자동적이고 즉각적인 개입이 뒤따르게 돼 있다”고 환기했다. 윤 대통령은 “일본이 유엔사에 제공하는 7곳의 후방 기지는 북한의 남침을 차단하는 최대 억제 요인”이라며 “일본의 후방 기지에 유엔군이 필요한 육해공 전력이 충분히 비축돼 있다”고 부연했다. 한미일 안보 자산이 유엔사를 통해 비상시에 긴밀한 공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앞으로 유엔사를 중심으로 한 세 나라의 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해석된다. 윤 대통령은 10일에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 유엔사 지휘부를 초청해 “북한이 스스로 핵을 포기하도록 압도적이고 강력한 힘에 의한 평화를 구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한일 관계에 대해서는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하면 세계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경축식에는 김영관·오성규 애국지사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통령 부부는 경축식장에 미리 도착해 두 애국지사를 직접 맞이한 뒤 함께 입장하며 예우를 표했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비밀 조직망을 만들어 항일운동을 하고 광복군으로도 활동한 오 애국지사는 광복 이후 일본에 체류하다 이달 13일 영주 귀국했다. 현재 생존한 애국지사는 총 9명뿐이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70년 동안 전체주의 체제와 억압 통치를 이어온 북한은 최악의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산 전체주의를 맹종하며 조작 선동으로 여론을 왜곡하고 사회를 교란하는 반국가 세력들이 여전히 활개 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윤 대통령은 “공산 전체주의 세력은 늘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로 위장하고 허위 선동과 야비하고 패륜적인 공작을 일삼아왔다”며 이들 세력들에 속거나 굴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반국가 세력에 단호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정부에 비판적인 야당과 시민사회를 싸잡아 매도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