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스펜서(알약 정량 분배기)’에 부착된 태블릿에는 직원들의 이름이 나열돼 있다. 자신의 이름을 선택하고 현재 건강 상태가 어떤지 정리된 키워드를 누르면 영양제가 배출된다. 어떤 영양제가 알맞을지는 건강검진·설문 등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 판단한다. 모바일 앱에서 간편인증으로 질병이력·약물복용 정보를 불러오면 알고리즘으로 추천 금지 성분을 추가한다. 예컨대 신장 기능이 좋지 않으면 비타민군, 미네랄 성분 등의 용량을 조절한다.
식습관도 반영한다. 커피 등 고카페인 음료와 인스턴트 식품 섭취 여부 등에 따라 영양 성분을 관리한다. 매일 음주 여부, 야근, 공복 등 컨디션도 체크한다. 식사를 거르면 섭취가 어려운 마그네슘, 비타민C 등을 더 복용하게 하고 스트레스가 심하면 완화할 수 있도록 비타민B 복용량을 늘린다. 내 건강을 제대로 ‘알고’ 관리하자는 의미가 담긴 알고케어의 디스펜서 ‘나스(NaaS)’의 얘기다.
16일 서울 중구 사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정지원(사진) 알고케어 대표는 인터뷰 시작 직전까지 사업 확장을 위한 미팅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는 “복지의 일환으로 기업에서 임직원들의 건강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며 “개인화된 건강 관리가 이뤄지니 기업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사내 복지 일환으로 기업들이 도입하다 보니 벌써 고객사를 40여 곳 정도 확보했다고 한다. 현대차·SK·LG그룹 계열사도 있다. 정 대표는 나스의 강점으로 복용의 편의성을 꼽았다. 영양제를 복용하는 일은 단순하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일다. 영양제 복용에 앞서 어떤 성분이 필요한지, 어떤 영양제가 필요한지, 얼만큼을 복용해야 하는지를 파악해야 하고 매일 꾸준히 정량을 섭취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정 대표는 “같은 거리라도 횡단보도가 있으면 굉장히 멀게 느껴질 수 있다”며 “영양제 복용에도 많은 ‘심리적 허들’이 있는데 없애고 싶다”고 말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나스를 공급할 때는 보다 정밀한 건강 관리에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청소년부터 고령층까지 기업보다 연령층이 다양하기 때문이다. 성장기 아이들, 수험생을 대상으로 한 맞춤형 관리와 고령층의 경우 복용 중인 약물을 고려한 복약 관리 등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스마트홈’과 연계한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스마트홈 시스템과 디스펜서를 연동해 건강 관리를 더욱 편리하게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정 대표는 국내 헬스케어 시장에 대해 먼저 선점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망하다고 평가되지만 아직까지 잘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없고 기업 간 유의미한 경쟁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는 “많은 기업들이 열심히 기술을 개발하고 도입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아직까지 사용되는 서비스가 많지 않다”며 “누가 그 문제를 먼저 풀어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고케어라고 하면 ‘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고 싶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영양제를 지속적으로 먹으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데 알고케어를 통해 훨씬 더 간편하고 꾸준히 먹을 수 있게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스마트한 우리 국민들을 만족 시킬 수 있다면 해외 진출 가능성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 세계에 없는 건강 관리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