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 여는 수요일] 데드 포인트

정채원

안데스를 일주하는 사이클 경기


콜롬비아의 산길을 오르는 선수들


산기슭의 아열대를 지나면 저만치


산꼭대기 만년설이 보인다


해발 사천오백 미터 산간고원을 달린다


산소가 희박한 공기 속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가슴은 곧 터질 듯 헐떡인다


자욱한 안개가 귀를 핥으며


자꾸만 속삭인다


포기하라!


이제 그만 포기하라!


나는 핏발 선 눈으로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머리 위에서 부서지는


잉카의 태양!



왜 좋은 길 두고 안데스 산간고원을 달리는 걸까?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을 정복하기 위하여? 완주 기념패를 얻기 위하여? 극한의 고통을 감내하는 운동선수들은 끊임없이 데드 포인트를 넘어선다. 포기하라는 몸의 외침을 거스르며 한 발 더 나아간다. 사점을 통과한 몸은 새로운 호흡을 얻는다. 사점은 다시 높아지고 그들은 다시 돌파한다. 궁극 선수들이 넘는 것은 해발고도가 아니라 자기 정신의 고도이다. 누구나 살면서 가장 가파르게 넘는 것은 자기라는 산일 것이다. <시인 반칠환>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