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년보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배달 라이더들이 받는 ‘날씨 할증 요금’에 대한 기준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배달 업체들은 기온이 일정 기준 이상 오를 경우 기상 할증을 더하거나 프로모션을 통해 배달비를 추가로 지급하고 있는데, 기상청과 상이한 기준을 적용해 폭염 특보에도 할증이 적용되지 않는 사례가 나오면서다.
16일 배달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 라이더를 관리하는 우아한청년들은 기온이 33℃를 넘기거나 영하 5℃미만일 경우 기상 할증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알뜰 배달은 건 당 500원, 단건 배달과 비마트 배달은 1000원씩 배달비가 더 붙는다. 하지만 기상청이 폭염 특보 기준을 변경하며 문제가 불거졌다. 기상청은 이상 기후로 인해 폭염이 장기화하자 지난 5월부터 폭염 특보 기준을 단순 기온 대신 체감 온도로 바꿨다. 기존에는 일 최고기온 33~35℃ 이상에서 적용되던 폭염 특보를 ‘급격한 체감온도가 상승되거나 폭염 장기화 등으로 피해 발생이 예상될 경우’로 바꾼 것이다. 같은 기온이어도 습도나 바람에 따라 사람이 느끼는 더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현재 기온 할증 제도가 있는 곳은 배달의민족이 유일하다. 배달의민족은 지난 2015년부터 라이더들의 의견을 반영해 제도를 도입했다. 회사 측은 관리자가 날씨를 모니터링하다가 기온이 상승하거나 떨어지면 일괄적으로 기상 할증을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요기요는 여름 시즌 한시적으로 더위를 고려해 피크타임(오전 11시~오후 2시)에 배달비를 건 당 1000원씩 더 주는 프로모션을 운영 중이고, 쿠팡이츠는 별도의 기상 할증 기준 없이 내부적으로 유동적인 프로모션을 적용하고 있다.
그러나 배달라이더들은 지역 별로 기상 할증 적용 여부가 다를 뿐 아니라 이에 충족하더라도 할증이 붙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기상 할증 기준을 기상청과 동일하게 변경하거나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자동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배달라이더 A씨는 “폭염 경보가 발령돼도 배민커넥트에 수 차례 문의를 해야 겨우 기상 할증이 붙는데, 이마저도 라이더들이 몰리는 지역이나 시간대에는 거의 적용이 안 된다”며 “몇 년 새 이상 고온 현상으로 최고 기온이 상승하고 있지만, 그 기준은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배달의민족의 물류서비스를 담당하는 우아한청년들 관계자는 “체감온도로 기준을 변경하는 안을 고려해 봤지만, 라이더들의 혼동을 피하기 위해 기존 정책을 유지하기로 했다”는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