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이 장편영화 감독으로 데뷔하며 영화계에 역사를 만들었다. 바로 흑역사다. 평소 전작들에서 보여준 훌륭한 연기와 실제 심성까지, 정우성 배우의 팬으로서 지켜봐왔지만 그래도 이것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관점으로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한들 티켓값이 천정부지로 솟아오르는 이 시대에 거짓말을 할 수는 없다.
'보호자'(감독 정우성)는 10년 만에 출소한 수혁(정우성)이 자신이 알지 못했던 딸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응국(박성웅)의 조직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한다. 하지만 응국의 오른팔이던 성준(김준한)이 나서 킬러에게 수혁의 살해를 의뢰하게 되고 2인조 해결사인 우진(김남길)과 진아(박유나)가 나서게 된다.
스토리가 클리셰인 만큼 연출을 비롯해 다양한 면에서 변주를 줘야 했던 작품이지만 '보호자'는 어딘가 기시감이 든다. 어떤 장면은 '아저씨'(2010) 같고 어떤 작품은 '존 윅' 시리즈 같다. 두 작품 모두 2010년대에 나왔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호자'가 국내 관객들에게는 옛날에나 먹혔던 한국형 신파를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더불어 캐릭터에 어떻다 할 전사를 부여하지 않다 보니 배우들 또한 혼란스러운 모습이 포착된다. 2인조 해결사인 우진과 진아는 허무하게 소비되는 느낌을 지울 수 없고 그나마 주도적인 빌런인 성준마저도 분노의 대상이 왜 수혁이 되는지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제시되지 않는다.
성준의 경우 특히 빌런인데도 애잔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가 을의 입장으로 살고 있는 우리네 모습과 닮아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평소 수혁에 관련된 일을 제외하고의 일 처리를 보면 그는 꽤 일을 잘하는 편에 속한다. 하지만 응국에게 일 처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물어보지만 항상 묵살당하고 책임은 혼자 떠안게 되는 그의 모습에서 진한 슬픔의 향기가 느껴지는 건 왜인지.
무엇보다도 여기서 가장 걱정해야 할 존재는 배우 박성웅의 존재가 아닐까 싶다. '웅남이'부터 '보호자'까지. 그에게는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그의 안위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마음이 아려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