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접고 美 확장…K푸드 "될 곳에 올인"

'K푸드' 인기에 덩치 커졌지만
투자 확대 부담에 선택과 집중
오뚜기 美 생산공장 설립 추진
中매출 감소한 농심도 美 강화
대상·CJ, 中·필리핀 법인 매각


국내 식품 기업들이 해외 시장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다. K푸드 열풍에 국경 밖에서 전개하는 사업 규모가 커졌지만, 그만큼 투자 부담도 불어나자 잘 되는 곳에 화력을 쏟아붓기로 한 것이다. 경제성장률이 둔화한 중국과 일부 동남아시아에서 철수하는 대신 미국과 유럽에 투자를 늘리는 게 대표적이다. 선택과 집중에 따른 투자 효율화가 이뤄지면 해외 먹거리 수익성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뚜기(007310)는 미국 현지에 생산 공장을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올 5월 기존 미국법인의 자회사인 ‘오뚜기 푸즈 아메리카(OTTOGI FOODS AMERICA)’를 세웠다. 앞서 오뚜기는 지난해 6월 미국 사업 강화를 목적으로 현지법인에 2500만 달러를 증자한 바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미국 사업규모가 커지고 있는 만큼 공장 설립을 대비해 신규법인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는 현재 중국·뉴질랜드·베트남에서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는 2005년 진출했지만, 경쟁사인 농심(004370)과 달리 현지에 생산공장을 짓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미국법인 매출이 922억 원으로 전년 대비 약 40% 증가하는 등 라면 판매량이 증가하자 생산 효율화를 위해 현지 공장 설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오뚜기의 해외매출은 3265억 원으로, 전체 매출에서 해외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처음으로 10%를 넘어섰다.


농심도 올해 미국 영업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올 1분기 미국과 베트남법인 매출이 각각 25%, 33% 늘 때 중국 매출은 5% 감소하며 국가별 영업 희비가 엇갈렸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일찌감치 미국에 생산공장을 설립한 농심은 오는 2025년 현지에 제3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농심에 따르면 올 1분기 미국법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0%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604% 성장했다. 지난해 완공한 미국 제2공장을 통해 물류망이 효율화되며 비용을 절감한 덕이다.


대상(001680)도 해외사업 효율화에 돌입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김치 등 식품 사업을 넓히는 대신 지난달 필리핀에서는 합작법인인 ‘대상 리코’를 매각한 게 대표적이다. 대상은 2013년 현지 기업인 리코르 에쿼티즈와 지분 50대 50을 투자해 물엿 생산 공장을 세우며 전분당 사업에 진출했지만, 10년의 계약기간 만료와 함께 매각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상 리코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9억 원으로 2015년부터 30억 원 안팎을 기록했다. 대상 관계자는 “필리핀에서는 또 다른 법인을 통해 타피오카 사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신 대상은 올 5월 폴란드에서 김치 공장을 착공하고, 6월에는 미국에서 김치와 스프링롤 등을 제조하는 럭키푸즈를 인수하는 등 유럽과 미주 시장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대상의 김치 브랜드 ‘종가’의 2022년 미국 매출은 펜데믹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3배 이상 커졌다.


CJ제일제당(097950)도 지난달 중국 식품 자회사인 지상쥐의 지분 전량을 3000억 원에 매각했다. 지상쥐는 중국식 반찬류와 장류를 제조하는 곳으로 2011년 CJ제일제당이 인수했다. CJ제일제당은 이번 매각을 계기로 중국 현지에서 ‘비비고’를 비롯한 주력 제품 판매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