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은 재생이 되잖아요. 아내를 저렇게 보낼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아들과 함께 간 이식을 해주기로 마음먹었어요. 이른 시일 내로 건강도, 일상도 회복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60대 남편과 아들이 자가면역성 간경변증을 앓고 있는 아내이자 어머니에게 간의 일부를 각각 이식해준 사연이 알려졌다. 특히 남편은 고령인 탓에 간 공여자로 적합하지 않았지만 그는 의료진을 수개월간 설득한 끝에 아내를 살릴 수 있었다.
18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10년간 병환으로 치료를 받아온 고명자(67)씨는 오랜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 탓에 더 이상 치료가 힘든 상황이었다.
고씨의 남편 서규병(68)씨와 아들 서현석(39)씨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신의 간을 이식해 줘야겠다고 결심했다. 하지만 의료진은 서씨가 고령이어서 수술을 할 경우 위험하다고 만류했다. 아들 현석씨 역시 간 절제가 가능한 정도가 일반적인 공여자의 수준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아내를 포기할 수 없었던 서씨는 수개월간 서울 아산병원 의료진을 설득한 끝에 수술대에 오를 수 있었다. 그는 수술을 위해 퇴직 후 다니던 직장까지 떠났다. 서씨는 “저 역시 고령이라 간 이식 수술이 위험하다고 의료진이 만류했다”며 “그래도 아내를 살릴 마지막 방법은 이것뿐이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수술 역시 만만치 않았다. 서씨는 고령인 나이인 탓에 아들보다도 2시간 30분가량 더 늦게 깨어났고, 고씨도 회복이 늦어져 3주 동안 중환자실 생활을 이어가야 했다.
서씨 부자는 간절한 마음으로 고씨의 모습을 유리창 밖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점차 건강을 회복한 고씨가 일반병실로 자리를 옮기자 이들은 안도할 수 있었다.
다시 건강을 되찾게 된 고씨는 남편과 아들을 생각하며 아침마다 수술 자국을 매만지곤 한다.
그는 기관절개술을 한 탓에 말을 할 수 없어 화이트보드에 쓴 비뚤빼뚤한 손글씨로 가족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고씨는 “소중한 간을 줘서 매일 한 번씩 만지고 있어”, “나는 괜찮아”, “아들, 엄마가 미안해…. 잘 먹고 우리 가족 행복하게 살자”라고 적었다.
한편 이들 부자는 독립운동과 한국전쟁에서 조국을 지킨 할아버지 서성섭씨의 아들과 손자로 알려졌다. 서씨 역시 강원경찰청과 춘천경찰서 등에서 오랜 기간 수사 업무를 해온 퇴직 경찰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