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전지 관련주 광풍이 사그라들자 이제는 최대 4배 수익을 노리고 빚으로 코스닥지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 투자 자금이 대거 몰리고 있다. 투자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 붕괴 우려, 환율 급등 등으로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어느 때보다 확대되는 상황에서 신용 대출을 낀 ‘한탕주의’는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8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전날 기준 유가증권시장에서 신용거래 잔액 수량이 가장 많은 종목은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2659만 4407주)’였다. 이 ETF는 순자산 총액만 1조 원이 넘어 코스닥지수 하락에 돈을 거는 인버스 상품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크다.
이 ETF의 신용 융자 잔액 주식 수는 특히 최근 들어 급증하는 흐름을 보였다. 이달 7일에는 3170만 6591주로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올해 1월 2일 729만 7275주에서 무려 4배 넘게 늘어난 수치다. 이 상품과 동일한 구조인 ‘TIGER 코스닥150선물인버스 ETF’의 신용 융자 잔액도 올 초 5만 4628주에서 이달 7일 49만 3787주까지 불어나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올 상반기 코스닥 시장을 휩쓸었던 2차전자 투자 열풍이 가라앉자 개인투자자들이 이번에는 지수 하락에 대해 레버리지(차입) 투자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지난달까지 에코프로(086520)그룹주에만 코스닥 신용 잔액의 40%가 몰리다 최근 2차전지 관련주의 주가가 조정을 받자 반대로 지수 하락 자체에 베팅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와 에코프로비엠(247540)의 이날 합계 시가총액은 장중 최고가를 찍었던 7월 26일 77조 1984억 원에서 18조 원가량 증발한 59조 3474억 원에 불과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개인투자자들이 인버스 ETF에 주목하는 이유로 다른 상품보다 유독 큰 레버리지 효과를 꼽았다. 거래소 규정에 따라 신용으로 매수할 수 없는 곱버스(KODEX 200선물인버스2X)보다 두 배 넘는 수익률을 추구할 수 있다. 예컨대 투자자가 NH투자증권을 통해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를 신용 융자로 매수할 경우 총금액의 45%에 달하는 보증금의 절반(22.5%)만 현금으로 지불하면 된다. 나머지 절반은 주식 대용으로 메울 수 있다. 담보로 제공할 만큼 주식을 확보하고 있다면 실제 보유한 현금의 4.44배에 달하는 주식을 매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와 같은 변동성 장세에서 빚까지 내 투자할 경우 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고수익을 낼 수 있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코스닥지수의 하락 압력이 큰 것은 사실이지만 주가 방향은 언제든 뒤바뀔 수 있다”며 “지금같이 변동성이 큰 시장에서는 아무리 수익률을 키울 수 있어도 보다 신중하게 투자 판단을 내리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