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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는 올 초에 구멍이 난 티셔츠를 한 장 버렸습니다. 색깔도 마음에 들고 특히 패치워크가 예뻐서, 엉성한 바느질로 파우치라도 만들어볼까 했는데 똥손이라 엄두가 안 났습니다. 그리고 최근에 '이스코드(인스타 둘러보기)'란 업사이클링 브랜드를 알게 됐고 가슴을 치며 후회했습니다. 그 티셔츠로 짐색을 만들었으면 참 예뻤을텐데 하고 말입니다. 이스코드는 바지, 티셔츠, 바람막이 등을 짐색으로 되살려주는 브랜드입니다.
그렇게 지구용과 만난 이동건 이스코드(Escode) 대표님은 20세 패션디자인학과 대학생. '이'동건의 암호(code)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대표님만의 고유한 패션 코드를 가치 있게 풀어내 선보이겠단 의미.
대표님은 어렸을 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17살 때는 온라인 빈티지 스토어를 운영했습니다. "구제옷을 사입하려고 집하장, 도매장을 다니면서 아직 입을 만한 옷들이 버려지는 걸 많이 봤다"면서 "그런 옷들을 재탄생시킬 방법을 고민하다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합니다.
손님들이 보낸 옷을 받으면 대표님은 디자인을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상의는 아무래도 옷의 특색이 프린팅에서 드러나니까 그 부분을 살려서 제작하고, 바지나 재킷은 라벨이나 주머니를 중심으로 디자인한다"는 설명. 디자인대로 재단하고, 짐색이 너무 축 늘어지지 않도록 안감(두꺼운 바람막이 소재라 생활방수 OK)을 덧댄 후 끈을 달면 완성. 짐색 하나당 30~40분 정도 걸립니다.
그동안의 작업을 둘러보면 야구 유니폼, 로고나 프린팅이 크고 화려한 티셔츠로 만든 짐색들이 정말 탐났습니다. 다들 비슷한 마음인지, 이제 이 대표님이 받는 주문은 일주일에 170~180개 정도로 늘었습니다.
버버리 같은 고가의 옷을 받았을 땐 손이 덜덜 떨렸지만 "그만큼 믿고 보내주시는구나" 싶어서 세상 행복했다고. 가까운 사람의 유품을 가방으로 간직하고 싶어서 보내준 손님도 계셨습니다. 추억이 담긴 옷을 재탄생시켜서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는 게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지구용답게 냉정하게, 남는 원단들은 어떻게 하는지도 물어봤습니다. 짐색을 만들고 나면 많이 남을 것 같았거든요. 근데 대표님은 의외로 "청바지로 짐색을 만든다고 치면 원래 옷의 5% 정도만 남기고 다 쓴다"고 답했습니다. 티셔츠도 한 장이 거의 온전히 짐색 제작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그래도 남는 원단 조각들은 다른 짐색을 만들 때 디자인 요소를 추가하는 용도로 씁니다.
이스코드는 옷으로 짐색뿐만 아니라 아이패드 파우치(위 사진)도 제작했는데, 지금은 짐색 주문이 너무 많아서 손을 못 대는 상황입니다. 실제로 이스코드 스마트스토어에 가보면 짐색도 죄다 품절입니다. 이틀에 한 번 정도 새 제품을 올리는데 거의 바로 품절된다고. 업사이클링이다보니 대량 생산이 안 돼서 당장 수량을 늘리기 어려운 거죠.
앞으로는 재봉 전담 직원분을 고용해서 더 많은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했습니다. 짐색, 파우치 말고 다른 제품군에도 도전해볼 계획이고요. 대표님은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나 팝업스토어 입점도 좋을 것 같다"며 수줍게, 그렇지만 적극적으로 어필했습니다.
"아직 부족한데 저를 믿고 맡겨주시는 손님들께 하루하루 감사하다"는 이동건 대표님. 이스코드가 앞으로도 번창하길, 이런 업사이클 브랜드들이 더 많아지길 다 같이 응원해 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