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를 필두로 한 한국산 토종 인공지능(AI)이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중심의 생성형 AI 영토 확보전에 본격 참전한다. 토종 AI 업체들은 빅테크와의 정면 승부는 승산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맞춤형 특화 전략을 통해 이들만의 AI 영토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관련 기사 3면
2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24일 생성형 AI 서비스를 위한 대규모언어모델(LLM) ‘하이퍼클로바X’를 선보인 후 서비스 지역을 일본·스페인·중동 등으로 넓혀간다는 방침이다. 주요 빅테크가 영어에 최적화된 AI 서비스를 내놓으며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가는 상황에서 비영어권 국가를 타깃으로 한 서비스를 통해 네이버만의 AI 영토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하이퍼클로바X를 통해 국내 AI 시장에서 확실히 성과를 낸 후 차츰 비영어권 국가로 서비스 영역을 확대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네이버는 특정 언어에 최적화된 AI 서비스는 영어에 최적화된 기존 AI 대비 관련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는 입장이다. AI가 질문에 맞는 답변을 산출하는 과정에서 할당하는 ‘토큰(말뭉치)’을 언어별로 최적화할 경우 AI 연산 과정에서 소요되는 전기요금 및 데이터센터와 같은 인프라 구축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네이버가 이같이 범용 AI 서비스에 본격적으로 힘을 주는 반면 카카오·LG·엔씨소프트 등은 특정 고객군에 최적화된 AI를 내놓는 방식으로 타깃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국내 최대 메신저 플랫폼 카카오톡 등을 활용해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시장 공략을 목표로 한 ‘코GPT2.0’을 연내 공개할 예정이다. LG의 LLM ‘엑사원2.0’은 4500만 건의 논문 및 3억 5000만 장의 이미지를 학습해 화학·바이오·의료 등 특정 분야에 특화된 AI 서비스가 가능하다. 엔씨소프트가 이달 내놓은 ‘바르코’는 게임 시나리오나 가상인간 생성 등 게임 제작에 특화된 AI 서비스를 제공한다.
IT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검색 시장에서 구글이 1위를 차지하지 못한 국가는 구글 접속을 차단한 중국을 제외하면 사실상 한국이 유일할 정도로 우리나라의 IT 수준은 높다”며 “토종 AI 서비스는 국내 IT 산업의 기술 자립과도 관련이 깊다는 점에서 네이버를 중심으로 한 토종 기업의 활약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