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의 글로벌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오징어 게임’ ‘지금 우리 학교는’ ‘킹덤’ 등의 글로벌 대히트 이후 K드라마 업계가 이렇다 할 글로벌 흥행작을 내놓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이미 K드라마의 브랜드화는 확고해졌고, 해외 팬덤 역시 공고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넷플릭스가 매주 발표하는 글로벌 톱10 비영어 TV부문에서 올해 톱10에 든 K드라마는 22편이다. 이는 지난해 한 해 전체동안 톱10에 올랐단 작품 수 32편을 넘어설 수 있는 추세다. 톱10 작품 기준 K드라마 누적 시청시간은 올해 1~7월 22억 시간을 넘어섰다. 지난해에는 37억 시간을 기록했다. 올해 넷플릭스에서 주목할 만한 대작인 ‘스위트홈 시즌2’와 ‘경성크리처’ ‘도적: 칼의 소리’ ‘이두나!’ 등이 하반기에 몰려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K드라마는 지난해 이상의 실적을 낼 것으로 보인다.

1위에 오른 K드라마의 수는 이미 지난해와 동률이다. 지난해 1위 작품은 총 6편이었는데, 올 상반기에만 ‘더 글로리’ ‘퀸메이커’ ‘택배기사’ ‘사냥개들' ‘킹더랜드’ ‘셀러브리티’의 6편이 1위에 올랐다.

이는 K드라마 제작사들의 전반적인 제작 역량 향상에 기인한 결과다. 올 상반기 최대 히트작인 ‘더 글로리’를 제작한 스튜디오드래곤은 총 5번에 걸쳐 글로벌 1위에 올랐다. 지난해 최고 인기작인 에이스토리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1위에 9번 올랐다. 스튜디오드래곤은 올해 넷플릭스 톱10 22편 중 11편을 제작했다. 총 시청 시간은 10억 시간을 넘겨 K드라마 시청시간의 53% 이상을 점유했다.

넷플릭스 외 글로벌 OTT에서도 K드라마는 인기였다. 플릭스패트롤 기준 아마존프라임비디오에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아일랜드’는 1월 K콘텐츠 최초로 아마존프라임비디오 글로벌 TV쇼 톱10에 올랐다. 상반기 K콘텐츠는 아시아 전역에서 주문형비디오(SVOD) 시청의 50%를 차지했다.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의 ‘2023 해외한류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K드라마 시청 경험이 있는 해외 시청자의 1개월 평균 시청량은 전년 대비 3.6시간 늘어난 21.4시간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K드라마가 믿고 보는 브랜드로 진화하며 드라마에 대한 입소문이 나기도 전에 선제적으로 신작을 챙겨 볼 정도로 충성도 높은 팬들이 늘고 있다”며 “K드라마 팬층도 출연진에 대한 관심을 넘어서 제작사·작가·연출자 등으로 관심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흐름에 제작사와 제작진들의 해외 진출도 속도를 내고 있다. 스튜디오드래곤은 미국 유명 제작사 스카이댄스와 공동으로 ‘더 빅 도어 프라이즈’를 올해 3월 애플tv+를 통해 공개했고, 전 세계 101개국 톱10에 진입시켰다. ‘길복순’의 변성현 감독은 게리 올드만 등이 소속된 미국 에이전시 인디펜던트아티스트그룹(IAG)과 계약했고, ‘D.P.’의 김보통 작가는 브래드 피트 등이 소속된 크리에이티브아티스트에이전시(CAA)와 계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