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사기 혐의로 고소된 A씨 재판. “B씨는 치매가 아니었다”는 C씨 진술이 나왔다. B씨가 지병으로 숨진 아들 D씨의 장례식에서 오열했을 뿐, 치매로 의심할 만한 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취지였다. C씨는 A씨의 고교동창이자 D씨 친구로서 당시 재판정에 섰다.
사건은 D씨가 갑자기 세상을 떠나면서 시작됐다. A씨는 D씨와 어린 시절부터 친하게 지낸 ‘죽마고우’였다. 그만큼 B씨가 건물 여러 채를 소유하는 등 재산이 많은 걸 알고 있었다. D씨가 숨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A씨는 B씨에게 접근했다. 이후 갑자기 B씨 소유 만기 적금통장 내 목돈이 B씨 계좌로 옮겨졌다. 건물 명의도 B씨에서 A씨로 바뀌었다.
상황이 예상치 못하게 흐르자, B씨 친인척은 A씨를 ‘준사기’ 혐의로 고발했다. ‘A씨가 치매를 앓고 있는 B씨를 속여 재산을 가로채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형법 348조에 따르면 준사기는 ‘미성년자의 사리분별력 부족 또는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해 재물을 교부받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범죄 행위를 뜻한다. 이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같은 사유로 재물을 교부받게 하거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도 같은 처벌이 내려진다.
재판의 쟁점은 ‘B씨가 치매를 앓고 있느냐’였다. A씨는 ‘B씨와 은행도 함께 갔다’며 죄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무사에게 건물 등기를 이전하도록 한 점도 B씨 본인 판단으로 ‘본인에게 재산을 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재산 상속자가 없는 B씨가 치매를 앓고 있지 않을 뿐더러, 본인 의지에 따라 부동산 등기 이전 등을 행했다는 것이었다. 여기에 A씨 주장을 뒷받침하는 C씨 취지의 증언까지 나온 셈이었다.
사건 재판을 담당하던 정주희(사법연수원 45기) 부산지검 공판부 검사는 기록 등을 살피던 중 낯익은 연락처를 발견했다. 이는 증거자료 가운데 포함된 A씨 휴대전화기 통화목록·녹취록상 휴대전화 번호 가운데 하나였다. 해당 연락처는 C씨에 대한 증인신청서상 휴대전화 번호와 일치했다. 정 검사는 C씨 법정 진술과 녹취록상 내용이 다르다는 데 주목했다. 녹취록에는 A씨와 C씨는 D씨 장례식장에 내려가면서 “어머니가 치매라서 장례를 치루지 못한다”는 등 내용이 담겨있었다.
정 검사는 “녹취록에는 A씨가 아내는 물론 성명불상자인 친구와 통화한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며 “이미 A씨와 아내 사이 통화에서 B씨가 치매를 앓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는 부분이 드러나 있어 당시 통화했던 친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수사가 이뤄지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작은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으려는 정 검사의 열정이 재판 과정 중 발생한 ‘위증’ 혐의를 포착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셈이었다.
C씨는 경찰·검찰 수사 과정에서 조사를 받은 적이 없었다. 정 검사는 B씨가 뇌경색 등 질환에 따른 치매를 앓고 있었다는 병원 이력과 함께 위증에 대한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고, 결국 A씨는 준사기·위증교사 혐의로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돼 법정 구속됐다. 잘못된 우정으로 거짓 증언을 한 C씨도 위증 혐의 피의자로 전락했다.
▶서울경제는 해당 기사로 인해 피해자가 2차 가해 등 아픔을 겪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익명 처리하는 한편 사건 내용도 실제와는 조금 다르게 각색해 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