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당국이 저신용자에게 원활한 자금이 공급되도록 선정한 ‘우수 대부업자’가 당초 취지와 달리 신용대출은 줄이고 담보대출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이 줄어든 것은 담보가 없는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감소했다고 볼 수 있어 저신용자의 대출문이 더욱 좁아졌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20일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우수 대부업자의 저신용층 개인신용대출 잔액은 2조 5785억 원으로 6개월 전(2조 6529억 원)보다 744억 원 줄었다. 1년 전인 2021년 12월 잔액(2조 6329억 원)과 비교해도 544억 원 감소했다.
우수 대부업자는 금융 당국이 2021년 법정 최고금리를 연 24%에서 20%로 낮추면서 도입한 제도다.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되면 은행으로부터 비교적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게 돼 대출 원가를 낮출 수 있는 만큼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당국은 기대했다. 대부 업체는 수신 기능이 없어 저축은행 등에서 돈을 빌려 대출을 취급하다 보니 조달금리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수 대부업자마저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 문턱을 높이고 대신 담보대출을 늘리는 실정이다. 지난해 12월 우수 대부업자의 담보대출 잔액은 1조 9721억 원으로 같은 해 6월(1조 8742억 원)보다 979억 원 늘었다. 담보대출을 늘린 우수 대부 업체 수도 21개사에서 23개사로 증가했다. 이 기간 저신용자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감소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1년 전인 2021년 12월 담보대출 잔액이 1조 4078억 원(18개사)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우수 대부업자들의 담보대출 증가세는 뚜렷하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 당국이 최근 우수 대부업자의 유지 요건을 단순화하는 등 보다 많은 대부 업체들이 저신용자에 장기로 자금 공급이 가능하게 했지만 예상했던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리 상승에 따라 대부 업체의 조달 비용이 오른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우수 대부업자는 은행권 차입을 통해 조금이라도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었지만 금리 상승으로 이 혜택마저 상쇄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상위 10개 등록 대부 업체의 평균 조달금리는 연 6% 안팎으로 알려졌는데 같은 기간 우수 대부업자의 은행 차입 평균 금리는 6.9%로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결국 우수 대부업자들이 최소한의 자격 유지 조건만 지키며 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소극적으로 취급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우수 대부 업체마저 이용이 어려워진 저신용자들은 불법 사금융에 빠질 위험이 커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의원은 “조달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대부 업체들은 손실 리스크를 줄이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금융 당국의 개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올해 상반기 기준 서민금융 우수 대부업자는 총 26개사다. 상반기 케이엠파이낸셜서비스대부와 안전대부·에이피엘파이낸셜대부 등이 우수 대부업자로 추가 선정됐으며 지금까지 우수 대부업자로 선정됐다가 자격이 취소된 대부 업체는 단 한 곳도 없다. 금융 당국은 우수 대부업자를 대상으로 반기별로 유지요건을 점검하고 있으며 2회 미달 시 선정을 취소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