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가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적인 공급망 재편 과정 속에서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가 니어쇼어링(nearshoring·해외에 나간 자국 기업이 국내로 들어오는 리쇼어링이 어려울 경우 인접 국가로 생산 시설을 옮기는 것)의 효과를 가장 크게 누리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을 생산기지로 활용, 전 세계로 값싼 물건을 공급하는 글로벌화의 이점을 크게 누려 왔지만 지금은 예측 불가능한 공급망 단절에 대비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이들 기업은 어떠한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지속 가능한 공급망을 확보하고자 비록 비용이 더 들더라도 생산기지를 기존 중국 위주에서 ‘중국+n국’으로 다양화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즉 중국에서의 생산 비중을 줄이고 다수의 국가로 생산기지를 확대하는 전략이다. 이러한 현상으로 인해 멕시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인도가 세계적인 생산기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멕시코는 기존에 미국·멕시코·캐나다협정(USMCA),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대체한 북미 3개국 무역협정의 영향으로 자동차 및 관련 부품 산업 위주로 해외 직접투자가 크게 증가해 왔다. 최근 들어서는 니어쇼어링과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의 영향으로 전기차 및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멕시코로의 투자 진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초 테슬라의 멕시코 전기차 생산 공장 건설을 위한 50억 달러 투자 계획 발표는 최근의 동향을 보여주는 매우 상징적인 뉴스라고 할 수 있다. 멕시코에는 이미 BMW가 8억 유로를 투입해 전기차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으며 아우디도 멕시코에 전기차 공장을 확장할 계획이라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북미 시장 수출 확대를 위해 멕시코를 생산기지로 잘 활용해야 하는 이유로 크게 3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멕시코가 올해 미국의 최대 수입 대상국이 됐다는 점이다. 2015년까지 미국의 최대 수입 대상국은 중국·캐나다·멕시코 순이었으나 2016년 들어 중국·멕시코·캐나다 순으로 바뀌었고 다시 올해 1분기 기준으로 멕시코·캐나다·중국 순으로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이는 미중 분쟁으로 인한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글로벌 기업의 탈중국 현상, 니어쇼어링에 따른 멕시코로의 직접투자 증가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둘째, 멕시코는 자동차·전기전자·정보기술(IT)·항공우주 산업 분야에서 이미 제조업 생태계가 형성돼 있고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투자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멕시코의 자동차 생산량은 330만 대에 달한다. 자동차 부품은 전 세계 4위 생산국으로 미국 자동차 부품 시장의 약 40%를 공급하고 있다. 아울러 다양한 전기전자제품·컴퓨터·서버·항공부품 생산국으로서 생산량의 약 80%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셋째, 멕시코에 대한 해외 직접투자액이 최근 급증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투자액이 186억 달러로 지난해 연간 총액(350억 달러)의 53%에 달하고 있다.
최근 투자가 집중되고 있는 멕시코 북부 공업 지대에는 외국 제조 기업들의 발길이 이어지면서 공장 건설 부지 및 공장 운영 인력 확보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기업들도 최근 멕시코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의 전 세계적인 공급망 구조 변화를 주목하고 멕시코를 미주 시장 진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적극 활용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