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직허가 없이 모의고사 출제해 5억 벌어"…교사 297명 자진신고

사교육업체 연계 교원 영리행위 자진신고 결과
자진신고서 누락 건 제외 297명·768건 접수
청탁금지법 수사의뢰 검토…파면 등 중징계도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연합뉴스

#경기도의 한 사립고 수학교사 A씨는 2018년 8월부터 지난달까지 겸직허가를 받지않은 상황에서 7개 사교육업체와 부설연구소의 모의고사 출제에 참여해 4억 8000여만 원을 받았다. 서울의 한 사립고 화학교사 B씨 역시 2018년부터 올해까지 겸직허가 없이 대형 사교육업체 2곳과 계약을 맺고 모의고사 문항을 제공해 3억 8000여만 원을 벌었고, 서울 공립고에 근무 중인 지리교사 C씨도 겸직허가 없이 5개 사교육업체에 모의고사 문항을 제공하거나 검토해준 대가로 3억여 원을 수취했다.


이처럼 사교육 업체와 계약을 맺고 모의고사 문제를 파는 등 영리 행위를 했다고 자진 신고한 현직 교원이 전국 297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5년간 5000만원 이상 받은 교원은 45명으로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교사는 무려 4억9000만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부는 지난 1일부터 14일까지 2주간 사교육업체와 연계된 현직 교원의 영리행위 자진신고 기간을 운영한 결과 일부 자진신고서가 누락된 건을 제외하고 총 297명의 신고를 접수했다고 21일 밝혔다.


세부 유형별로는 모의고사 출제 537건, 교재제작 92건, 강의·컨설팅 92건, 기타 47건 등 총 768건이었다. 이 중 겸직허가를 받지 않은 사례는 341건으로 분석됐다.


5년간 5000만 원 이상 제공받은 사례는 총 45명으로, 이들은 대형 입시학원 또는 유명강사와 계약하고 모의고사 문항을 수시로 제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금액을 받은 3명은 5년간 3억 원에서 4억 8000여만 원을 번 것으로 나타났다. A교사는 모의고사 문항 제작을 대가로 5년간 4억 8526만 원을, B교사는 5년간 3억 8240만 원을, C교사는 4년 11개월간 3억 55만 원을 받았다.


해당 교사들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나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모의평가 출제 경험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추후 확인할 계획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능 출제위원 같은 경우에는 사전에 각서를 쓰고 들어오기 때문에 징계 수위 결정에 있어서도 추가적인 고려 사항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자진신고서가 누락된 누락 건들은 자진신고 시 작성토록 한 구체적인 내용이나 겸직허가 여부 등을 기재하지 않은 건들로, 현재 신고자에게 보완을 요구 중이다.


이번 자진신고 기간은 일부 교원들이 사교육업체에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 등을 제공하고 최대 수억 원을 수취했다는 사교육 카르텔·부조리 신고센터 제보와 지적에 따라 운영됐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교원과 사교육업체 간 이권 카르텔 근절한다는 취지다.


교육부는 자진신고 접수 건에 대해 활동 기간, 금액 등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유형별로 비위 정도와 겸직허가 여부 및 적정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엄중 조치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자진 신고를 했다고 해서 경감하지는 않을 예정”이라며 “겸직 허가를 받았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직무인 교육 활동에 저촉되지 않은 범위 내에서 받아야 되는데 과도한 범위에서 겸직 허가를 받았다면 적정 여부를 따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교육부는 해당 교원들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수사를 의뢰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청탁금지법에 따르면 공직자 등에게 1회 100만 원을 넘거나 매 회계연도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주지 못하도록 돼있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청탁금지법을 위반 할 경우 관련 입시업체까지 처벌받게 된다. 또한 고의·중과실 확인 시 파면이나 해임 등 중징계도 내릴 방침이다.


한편, 교육부는 자진신고를 하지 않은 교원에 대한 조사와 후속 조치의 실효성 담보를 위해 감사원과 조사·감사 일정을 협의할 예정이다. 아울러 이번 조사를 바탕으로 하반기 내 교원 겸직허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