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부실 우려에…시중銀, 부동산 대출 손실률 더 높인다

◆금융권 TF, 새 충당금 산식 마련
주택시장 냉기에 예상 회수액 줄어
하반기내 '담보 LGD' 개편 완료
일각에선 "적립액 과도" 지적도

대손충당금 산정 방식을 개편하고 있는 당국과 시중은행이 부동산 자산 손실률을 보다 높여 잡기로 했다. 2019~2021년 이례적인 시장 호황에 가려졌던 부동산 대출 부실이 수면 위로 드러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금융 당국과 은행권에 따르면 ‘금융권 민관 충당금 태스크포스(TF)’는 최근 충당금 산식 개편을 위한 추가 논의에 착수했다. TF는 충당금 적립 규모를 더 늘리기 위해 올해 초 금융감독원 주도로 출범했으며 은행연합회와 주요 시중은행 실무진이 함께 참여하고 있다. TF가 새로 마련한 산식은 지침 형태로 각 은행에 전달될 예정이다.


TF는 충당금 산정 시 고려하는 핵심 변수인 ‘부도 시 손실률(Loss Given Default·LGD)’을 하반기 내 한층 보수적으로 수정하기로 결정했다. LGD는 대출채권이 부도 처리됐을 때 전체 여신 중 은행이 회수하지 못해 손실 처리될 금액을 나타낸다. LGD는 부동산 담보대출의 경우 ‘담보 LGD’, 신용 대출은 ‘신용 LGD’로 구분되는데 TF는 두 변수의 산출 방식을 모두 바꾸기로 했다.


금융권은 특히 TF가 담보 LGD를 개편하는 데 주목하고 있다. 담보 LGD를 보수적으로 책정한다는 것은 담보로 잡아 둔 부동산을 팔아도 이전만큼 회수할 수 없다는 것을 시사하기 때문이다. 과열됐던 부동산 경기가 올 들어 하락 안정세에 접어든 만큼 예상 회수액도 낮춰야 한다는 게 TF의 판단이다. TF 논의에 관여한 인사는 “은행들은 LGD를 산정할 때 과거 실적에 따라 값을 산출했다”면서 “최근 3년여간 과열됐던 부동산 시장이 올 들어 조정 국면에 들어선 만큼 과거 데이터를 활용하면 손실 규모를 낙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예상 회수액을 가늠할 수 있는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추이를 보면 올 들어 뚜렷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경매정보 업체 지지옥션이 발간한 ‘경매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부동산 경기가 정점에 달하던 2021년 7월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은 101.0%에 달했다. 하지만 낙찰가율은 이듬해 말부터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하더니 올 4월에는 75%까지 내려앉았으며 이후에도 70~80%대 선에서 횡보하고 있다. 은행이 담보로 잡은 집을 경매에 내놓아도 회수할 수 있는 금액이 점점 낮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TF가 계획대로 하반기 내 LGD 개편 작업을 마치면 은행권이 쌓는 충당금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사가 상반기에 쌓은 충당금만 4조 원가량으로 전년보다 갑절 늘었는데 하반기에는 이보다 더 많은 돈을 쌓아야 한다는 얘기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담보 LGD를 개편하려면 집값 향방을 예측할 객관적인 지표를 찾아야 하는 만큼 만만치 않은 작업이 될 것”이라면서 “은행들이 당장 3분기 실적에 새 산식을 적용할 수 있도록 TF가 개정 작업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다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위험 수준에 비해 충당금 적립액이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 특히 올해 적립한 충당금이 일종의 기준점이 돼 갈수록 충당금 적립 압박이 거세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은행권의 한 인사는 “당국이나 은행 모두 위기에 대비해 충당금을 더 비축해야 한다는 점은 공감하고 있다”면서도 “산식 자체를 보수적으로 바꿔 두면 향후 경기가 반등하는 시점에 필요 이상으로 충당금을 쌓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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