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이후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100억 원 이상이고 특히 마지막 투자 유치는 50억 원을 넘어야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발행 기업은 해당 사실을 주주에게 바로 알리고 중소벤처기업부에는 1개월 이내에 보고해야 한다. 중기부는 복수의결권 발행과 관련한 위반 사항에 대해 직권조사와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중기부는 벤처기업 복수의결권 제도의 세부 사항을 담은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시행령’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고 21일 밝혔다. 10월 2일까지 42일간 진행되는 입법 예고 기간에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받아 최종 개정안을 결정한다.
복수의결권은 주주총회 때 경영진 의결권을 복수로 인정하는 제도다. 창업 이후 기업을 성장시키면서 대규모 투자 유치로 창업주의 지분율이 낮아져 의결권이 약화된 비상장 벤처기업들의 경영권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다. 11월 7일부터 주주의 동의를 얻으면 복수의결권 주식을 발행할 수 있다.
중기부가 발표한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복수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의 조건이다. 그동안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됐지만 결국 정부안은 기존 방침이었던 ‘100억 원, 50억 원’으로 결정됐다. 업계에서는 벤처 투자가 위축된 상황에서 복수의결권 대상 기업 기준이 다소 높고 따로 기준이 없는 미국 등 해외에 비해 문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숙원이었던 만큼 일단 안정적으로 시행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중기부와 업계에 따르면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벤처기업은 지난해 기준 300개가량일 것으로 보인다. 중기부 관계자는 “연구용역을 통해 투자를 받은 1100개 기업의 지분 관련 데이터를 산출한 결과 기업이 어느 정도 성장 단계에 진입했을 때 복수의결권 도입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며 “특히 총투자 유치 금액이 100억 원 수준에 달했을 때 가장 효과가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복수의결권을 악용해 허위 발행하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발행하면 10년 이상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되는 점과 이 제도가 처음 도입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벤처·스타트업 업계도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유정희 벤처기업협회 혁신정책본부장은 “투자받은 290개 회원사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적정 기준에 대한 평균값이 정부 시행령과 비슷한 ‘100억 원, 50억 원’으로 집계됐다”며 “회계법인을 통한 연구용역 결과 대상 기업 수가 330개를 넘어 수혜 대상이 적다고 볼 수 없고, 고성장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 유치를 받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해소하자는 취지로 시작하는 법이라 일단 시행을 해본 후 수정 여부를 판단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적용 기준 금액이 너무 높아 실질적으로 혜택을 받는 기업이 많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00억 원, 50억 원’ 기준이 처음 제시됐던 2020년과 달리 최근 벤처 투자가 크게 위축되면서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하기가 쉽지 않아졌다는 것이다. 라정주 파이터치연구원 원장은 “현재 기준이면 상당수 벤처기업이 배제될 수밖에 없다”며 “복수의결권 도입의 거시경제적 효과를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벤처기업이 발행 대상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세부 기준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벤처기업의 한 관계자도 “지속적으로 금액 기준을 낮춰달라고 했는데 받아들여지지 않아 아쉽다”며 “벤처기업협회 회원 3만 6000개 중 10%는 복수의결권 혜택을 받아야 체감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