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국내 영주권을 획득하는 외국인 과학·기술 우수 인재가 5년 새 3배 가까이 늘었으나 여전히 1000여 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하락 등 대한민국이 인구절벽이라는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미래를 이끌 우수·숙련 인력의 ‘외부 수혈’이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셈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추진은 물론 해외 우수 인재를 끌어올 수 있는 언어 장벽 해소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지난해 과학·기술 우수 인재로 국내 영주 자격을 획득한 외국인은 1648명에 달했다. 이는 2017년(576명)보다 3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영주 자격을 취득하는 외국 과학·기술 우수 인재는 해마다 늘면서 2020년 1000명을 웃돈 데 이어 지난해에는 1500명 선도 넘어섰다. 하지만 이는 여전히 전체 영주 자격 외국인(6월 기준·18만 1949명)의 1% 수준에 불과한 것이다.
‘숙련 기능 인력 점수제 비자’도 오랜 경험·노하우를 지닌 기능직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법무부가 운영 중인 제도다. 비전문취업(E-9), 선원취업(E-10), 방문취업(H-2) 자격으로 해당 분야에서 5년 이상 정상적으로 근무한 외국인이 숙련도, 연령, 경력, 한국어 능력 등 항목에서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장기 체류가 가능한 특정활동(E-7-4) 자격으로 변경해 준다. 이를 통해 E-7-4 비자를 얻은 외국인은 2017년 293명에서 올해 현재(7월 기준) 2403명까지 10배 가까이 급증했으나 여전히 2000명 수준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KAIST 등 국내 이공계 특성화 기관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의 경우 총장 추천을 받으면 거주자격(F-2-7S)을 얻을 수 있는 ‘과학·기술 우수 인재 영주·국적 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 올 1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연구 경력과 실적 등이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영주권을 주고 연구 실적이 매우 우수하면 국적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하는 식이다. 현재까지 총장 추천서가 발급된 것은 108명. 이 가운데 80%가량에 해당하는 88명이 F-2-7S 허가를 받았다. 법무부는 또 기존 학위 취득 외국인이나 국내 유학생에서 해외 대학 재학생까지 인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 인턴비자(D-10-3)를 지난해 8월 신설했으나 해당 자격으로 체류 중인 외국인은 1년간 12명뿐이다.
전문가들은 해외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을 뒷받침할 언어·문화적 장벽을 허무는 노력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이창원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병원은 물론 은행 등을 찾았을 때 가장 힘들어 하는 점이 우리말이라는 측면에서 언어 분야에 대한 지원도 충분히 고려돼야 한다”며 “충분한 인력을 공급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농어업 등 국내에 필요한 외국 현지의 해당 분야 전공자들에게 취업비자를 확대해주는 방안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