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불법대북송금 의혹’의 핵심 피의자인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가 재판이 또다시 공전했다. 이날 이 전 부지사는 재판에 홀로 나와 “지금 가족 설득도 어렵고 법무법인 해광 설득도 어렵다”면서 "(새로운) 사선 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기회를 일단 달라"고 밝혔다.
이 전 부지사는 22일 수원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신진우)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43차 공판에 변호인 없이 혼자 출석했다. 재판 초기부터 이 전 부지사의 변호인으로 변론해온 법무법인 해광은 전날 사임계를 내고 출석하지 않았다. 해광 측은 "이 전 부지사 부인이 계속해서 (해광이 변론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변호사를 비난하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있다”고 사임 이유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재판부는 이 전 부지사에게 “변호인이 출석하지 않은 상황에서 (변론을) 진행하기 어렵다"며 “법무법인 해광을 제외한 변호인 분들이 계신데 어떤 상황인가”라고 물었다. 이 전 부지사는 이에 “수감 중인 상황이라 정확히 어떤 분들인지 모른다”며 "법무법인 호원의 경우 몇 번 오셔서 상의했는데 다른 분들은 사건 초기에만 있었거나 한 달 정도 접견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이어 "사선 변호인을 다시 한 번 선임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절차가 너무 지연되는 상황”이라며 이 전 부지사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에 진행될 절차는 방용철 전 쌍방울 부회장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이 전 부지사가 직접적으로 할 것은 아니다"라면서 "국선변호사가 들어와서라도 진행하는 것이 옳다. 국선변호사가 조력을 계속해야할 상황이라면 적절한 부분에서 해결될 수 있도록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측은 단순히 이 전 부지사의 가족 간 불화가 아닌 외부세력에 의한 사법방해라고 의심했다. 이날 재판에 출석한 박상용 검사는 "지금 벌어지는 상황(변호인 사임 논란)은 단순히 피고인과 가족 간 견해차라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이 법정에서 진실을 진술하지 못하게 하려는 누군가의 사법방해 행위가 아닌지 상당히 의심된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이 진실인지 밝혀내는 건 형사사법의 문제인데 이를 흔들려는 시도가 노골적으로 있는 것 같아 안타깝고 유감"이라며 "재판부는 사안의 엄중함을 인식하시고 신속하게 재판이 이뤄질 수 있도록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은 김 전 회장이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부탁 등을 받아 스마트팜 사업비 500만 달러, 당시 도지사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방북비 300만 달러 등 800만 달러를 경기도 대신 북한에 건넸다는 내용이다. 관련해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은 대북사업은 독자적으로 추진한 것으로 경기도와 관련이 없다'고 혐의를 계속 부인해왔지만 최근 입장을 바꿔 "쌍방울에 도지사 방북 협조를 요청한 적 있다"는 취지로 진술 일부를 번복했다. 이에 민주당과 이 전 부지사 아내는 검찰이 이 전 부지사를 회유 또는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