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전 수사단장 측, 해병 1사단장 ‘직권남용·과실치사’ 형사고발

“사단장 혐의를 그들 입맛대로 뺀 상황”
“고발장 발송…경찰 수사 필요성 커져”

고 채 상병 수사와 관련해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지난 8월 1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검찰단 앞에서 입장문을 읽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 고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와 관련해 항명죄로 입건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이 22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직권남용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박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오전 임 사단장에 대한 고발장을 경북경찰청에 우편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고발 배경에 대해 “국방부조사본부가 (채 상병 사고 관련 재검토 결과에서) 사단장의 혐의 자체를 그들 입맛대로 뺀 상황”이기 때문에 경찰 수사를 통해 임 사단장 혐의를 밝힐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해병 1사단장은 비록 자신의 부하들이지만 합참 명령에 의해 호우 피해복구작전 관련해 명령할 권한 자체가 없다”면서 “하지만 1사단장이 수해복구작전에서 실종자수색작전으로 바꿔 부하들에게 직접 지시한 점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근거는 합참이 호우 피해복구작전 관련 단편명령으로 지난달 17일부터 육군 50사단이 해병 제2신속기동부대(1사단 예하)를 작전통제하도록 지시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1사단장이 쪽팔리게 합참 단편명령 운운하면서 책임을 피하려면 직권남용”


이와 관련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이미 임 사단장의 직권남용죄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전 수사단장은 김 사령관이 지난달 22일 자신에게 '1사단장이 쪽팔리게 합참 단편명령 운운하면서 책임을 피하려면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혔다.


이에 박 전 수사단장은 같은 달 26일 임 사단장에게 김 사령관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임 사단장은 ‘원지휘관으로서 책임지겠다. 면책 주장을 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여 조사가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전 수사단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병 1사단장은 진술을 번복하고 합참 단편명령상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국방부 검찰단장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 예정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임 사단장에 이어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국방부 검찰단장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계획이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 등 정치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이 사건은 지휘관을 잘못 보좌한 군사법의 최고 수장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결과에 관련해 범죄 혐의가 특정된 7포병대대 대대장 이모 중령도 “사단장 책임까지 모두 한꺼번에 질 순 없는 게 상식”이라며 반발했다. 이 중령은 국방부조사본부가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대대장 2명 중 1명으로서 그 역시 김 변호사를 자신의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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