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병대 고 채 상병 순직 사건 조사와 관련해 항명죄로 입건된 박정훈(대령) 전 해병대 수사단장 측이 22일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직권남용 및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박 대령 측 김경호 변호사는 이날 오전 임 사단장에 대한 고발장을 경북경찰청에 우편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고발 배경에 대해 “국방부조사본부가 (채 상병 사고 관련 재검토 결과에서) 사단장의 혐의 자체를 그들 입맛대로 뺀 상황”이기 때문에 경찰 수사를 통해 임 사단장 혐의를 밝힐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고발장에서 “해병 1사단장은 비록 자신의 부하들이지만 합참 명령에 의해 호우 피해복구작전 관련해 명령할 권한 자체가 없다”면서 “하지만 1사단장이 수해복구작전에서 실종자수색작전으로 바꿔 부하들에게 직접 지시한 점이 직권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근거는 합참이 호우 피해복구작전 관련 단편명령으로 지난달 17일부터 육군 50사단이 해병 제2신속기동부대(1사단 예하)를 작전통제하도록 지시했다는 점에서 비롯한다.
이와 관련해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도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이미 임 사단장의 직권남용죄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박 전 수사단장은 김 사령관이 지난달 22일 자신에게 '1사단장이 쪽팔리게 합참 단편명령 운운하면서 책임을 피하려면 직권남용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라'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법률대리인을 통해 밝혔다.
이에 박 전 수사단장은 같은 달 26일 임 사단장에게 김 사령관의 말을 전했다. 그러나 임 사단장은 ‘원지휘관으로서 책임지겠다. 면책 주장을 하지 않겠다’는 반응을 보여 조사가 진행됐다고 강조했다. 이어 박 전 수사단장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해병 1사단장은 진술을 번복하고 합참 단편명령상 자신은 책임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 전 수사단장 측은 임 사단장에 이어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국방부 검찰단장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할 계획이다. 김 변호사는 “국방부 장관 등 정치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며 “이 사건은 지휘관을 잘못 보좌한 군사법의 최고 수장들의 책임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한편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결과에 관련해 범죄 혐의가 특정된 7포병대대 대대장 이모 중령도 “사단장 책임까지 모두 한꺼번에 질 순 없는 게 상식”이라며 반발했다. 이 중령은 국방부조사본부가 채 상병 사고와 관련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판단한 대대장 2명 중 1명으로서 그 역시 김 변호사를 자신의 변호인으로 선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