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성수기를 앞두고 국내 과일 농가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으로 농축수산물 선물 가격 상한선이 높아졌지만, 폭우와 폭염 탓에 사과와 배 등 과일 가격이 비싸져 소비 자체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유통업체들은 시세가 내린 한우나 샤인머스캣·멜론 등을 섞은 혼합 과일 선물세트를 내세우며 소비심리 살리기에 나섰다.
22일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에 따르면 이달 4주차 사과 홍로(특·10㎏)는 평균 10만~12만 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1년 전의 8만 원대보다 30~40%가량 오른 금액이다. 같은 기간 신고배(특·15㎏) 가격도 3만 원에서 4만 9000원으로 60%가량 뛰었다. 이 추세대로라면 다음 달 추석 명절을 앞두고 거래되는 과일 선물세트 가격도 비싸게 형성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과일값이 비싸진 가장 큰 요인은 폭우와 폭염 등 기상 여건 악화에 따른 생산량 감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사과와 배의 출하량은 전년 동월 대비 각각 20%, 27% 감소했다. 성수품 거래가 시작되는 다음 달에도 사과와 배의 출하량은 평년 대비 각각 10%, 19% 줄어들 것으로 연구원은 전망했다.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으로 공직자 등이 주고받을 수 있는 명절 농축수산물 선물 가격 상한이 기존 2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조정됐지만 국내 과일 농가들은 근심이 가득하다. 한 농가 관계자는 “과일의 경우 전체 출하량에서 김영란법이 적용되는 물량은 미미한 수준”이라며 “오히려 비싼 과일값에 마트에서 팔리는 세트 판매량이 저조할까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반면 한우 농가들은 기대감에 부풀었다. 과잉 공급으로 한우 시세가 낮게 형성된데다 절대적인 가격이 높아 김영란법 개정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올해 한우 도축 마릿수는 전년 대비 9%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 3분기 한우 도매가격(1㎏)이 1만 7500원으로 20%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명절 물가가 높게 형성될 것으로 전망되자 대형마트와 백화점 등 유통업체들도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롯데마트가 중량이 적은 과일들로 선물세트를 구성해 절대적인 가격을 낮추고, 사과·배와 샤인머스캣·멜론 등을 섞은 혼합세트 상품 수를 전년 대비 2배가량 확대한 게 대표적이다. 샤인머스캣(2㎏) 도매가는 3만 원 수준으로 1년 전보다 36%가량 내렸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산지 패키지를 활용해 부자재 비용을 줄이는 등 다양한 원가 절감을 통해 가성비 상품 구성비를 늘렸다”고 설명했다. 한우 선물세트 가격도 낮춘다. 이마트(139480)와 롯데마트는 이번 추석 한우 선물세트 가격을 전년 대비 최대 10% 인하했다. 한우 도매가가 낮아진데다 바이어가 직접 경매에 참여해 유통비용을 절감한 효과다. 롯데마트는 롯데슈퍼와 통합으로 신선품질혁신센터에서 냉장택배를 운영해 원가를 절감했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1+ 등급 한우 등심·채끝 선물세트를 15만 400원에 선보일 예정이다. 롯데마트는 엘포인트 회원에게 ‘한우갈비 세트 2호’를 9만 9000원에 판매한다. 롯데와 신세계(004170) 등 백화점은 이번 추석 선물세트 사전 예약기간 최대 60%의 할인율을 내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