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은 지난 2018년 재미있는 실험을 했다. 프로젝트명은 ‘ACE’(Air Combat Evolution). 미 공군과 세계 최대 방산업체 록히드마틴, 존스홉킨스대 응용물리학 연구소, 인공지능 개발업체 헤론시스템즈 등이 참가했다. 이 실험의 목적은 인공지능이 인간 조종사 수준의 공중전 수행이 가능한지를 알아보는 것.
공중전은 마하 1에 가까운 천음속 영역에서 극히 짧은 시간의 판단과 조작이 승부를 가른다. 기계가 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으로 인식돼 왔다. 센서와 인공지능 알고리즘 기술로는 인간 만큼의 상황 인식과 판단, 반응 조작 능력을 기계가 따라올 수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인공지능 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함께 “인공지능이 인간 파일럿을 대체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을 커지면서 미군이 이 질문의 해답을 얻기 구하기 위해 ACE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유튜브를 통해 ‘알파 도그파이트 트라이얼(Alpha Dogfight Trial)’이라는 제목으로 전 세계에 생중계 됐다. 참가자들이 만든 인공지능 프로그램들이 서로 대결을 벌여 우승자를 가린 뒤 우승자가 미 공군 교관 조종사와 맞붙었다.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된 이 대회는 F-16 전투기를 이용해 근접 공중전 상황에서 기관포만 사용해 승부를 가리는 규칙으로 진행했다. 참가자 간 대결에서는 중소기업 헤론시스템즈가 개발한 인공지능이 우승했다. 헤론시스템즈의 인공지능은 곧바로 미 공군 병기학교에서 나온 베테랑 조종사와 시뮬레이션으로 맞붙었다. 결과는 예상을 벗어났다. 헤론시스템즈 인공지능이 5-0 완승했다.
당시 미 공군은 적잖이 당황했다. 이후에는 헤론시스템즈 인공지능을 공군 병기학교로 가져가 관련 연구와 훈련에 사용 중이다. 헤론시스템즈 인공지능을 개발한 수석디자이너는 인터뷰를 통해 “인공지능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기는 가상공간 이었지만, 인공지능이 베테랑 파일럿을 상대로 일방적인 승리를 거뒀다는 점에서 미래 공중전 환경에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고 평가했다.
무인전투기 개발에 가장 적극인 나라는 미국이다. 미 공군이 지난 2019년 공개한 스카이보그(Skyborg) 계획은 자율비행 및 전투능력을 갖춘 AI 무인전투기를 개발해 2023년까지 조기 운용능력을 확보한다는 목표다. 현재까지 공개된 바는 스카이보그는 완전 자율로 이·착륙하는 것은 물론 다른 항공기 또는 지형지물을 회피하고 악천후에도 임무를 수행할 능력을 갖추는 것으로 전해졌다. AI 기반 자율 임무 수행이 기본이지만 필요할 경우 원격 제어가 가능하고, 임무형 모듈(Module) 설계를 통해 간단한 장비교체만으로도 다양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특징이다.
미 공군의 스카이보그 계획의 가장 유력한 후보 기종은 널리 공개된 미 공군과 미 방위산업체인 크라토스 디펜스& 큐리티 솔루션즈가 함께 개발 중인 ‘XQ-58A 발키리’ 스텔스 무인공격기다. XQ-58A 발키리가 전력화되면 현재 무인공격기로 활약하는 ‘MQ-1 프레데터’나 ‘MQ-9 리퍼’ 보다 더 적대적인 작전 환경에서 임무를 수행하는데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성능을 살펴보면 2개의 내부 무장창에 각각 4개의 무장장착대가 있고 최대 8발의 공대공 미사일이나 250㎏급 합동직격탄(Joint Direct Attack Munition) 또는 GBU-39 소구경직격탄(Small Diameter Bomb)을 장착할 수 있다. 길이 8.8m, 폭 6.7m에 최대 속도는 마하 0.85(1050㎞/h), 최대 항속거리는 3941㎞, 최대 상승고도는 1만3715m로 알려졌다. 레이더를 피할 수 있는 스텔스 성능도 갖췄다. 공대공은 물론 공대지 공격 능력도 갖췄다. 실전 배치가 이루어지면, 미 공군의 무인기 명명법에 따라 ‘XQ-58A’에서 ‘MQ-58A’로 이름이 바뀔 것으로 관측된다.
발카리는 지난 2019년 3월 첫 비행에 성공해, 다양한 시험평가를 성공적으로 수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가 XQ-58A 발키리 드론을 성공적으로 날렸다고 미 공군연구소(AFRL)가 발표했다. 공군 연구소는 공군, 우주 및 사이버 우주군을 위한 비용 효율적인 전쟁 기술의 발견, 개발 및 통합을 담당하는 서비스의 주요 과학 연구 및 개발 센터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7월 25일 플로리다 소재 에글린 공군기지 시험 훈련 단지에서 시험 부대와 함께 3시간 동안의 출격을 이끌었다. 비행은 2년간의 작업과 무인 전투기를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연구소와 공군 생명 주기 관리 센터의 직원들로 구성된 스카이보그 뱅가드 팀이 주도했다.
미국의 차세대 스텔스 무인전투기 ‘XQ-58A 발키리’가 인공지능(AI)을 장착한 채 첫 시험 비행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전장에서 사용되는 무인기는 지상 통제소에서 인간이 원격 조종하지만, 스스로 자신이 날아갈 방향을 정하는 발키리는 동체에 장착된 AI가 알아서 기체를 제어했다. AI가 향후 공중전에서 주요 전투원으로 등장할 시점이 빠르게 다가오고 얘기다.
미 공군이 발키리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는 가장 큰 이유는 낮은 가격 때문이다. 연간 50대를 생산한다면, 대당 가격은 약 400만 달러(53억 원) 수준일 것으로 게 미 방산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F-35가 대당 가격이 약 8000만 달러(1060억 원)와 비교하면 최첨단 유인 전투기보다 현격히 싼 가격으로 미 군당국 입장에서는 방위비 부담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유인책이 된다.
또 다른 이유는 미 공군이 발키리를 전투기 편대의 ‘윙맨’으로 사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점이다. 윙맨은 편대의 리더 전투기 곁에서 함께 작전을 수행하는 전투기다. 지금은 윙맨 역할을 모두 값비싼 유인 전투기가 맡고 있다. 이 같은 기대감은 미 공군연구소(AFRL)의 공식 발표에 그대로 드러난다. 발키리의 AI를 이용하면 미래 전쟁과 작전 상황에서 각종 결정을 내리는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군사용 드론을 격추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통신과 GPS를 방해하는 것이다. 이러한 무기의 대부분은 ??군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해 원격 제어에 의존하기 때문에 지시를 받거나 위치를 파악할 수 없도록 신호를 방해해 무기를 쓸모없게 무력화한다. 이에 크라토스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XQ-58A 발키리’라는 스텔스 드론을 개발하고 있고, 제트 항공기와 유사한 이 스텔스 드론은 적진에 깊숙이 침투해 폭격을 가하거나 F-22 및 F-35와 같은 유인 항공기의 작전을 지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심지어 크라토스는 발키리가 전자전의 희생양이 되지 않도록 인공지능(AI) 파일럿에게 드론 제어권을 부여할 계획이라고 했다. 통신을 위해 GPS가 필요하지 않으며, 자율적으로 작전 및 동작을 결정할 수 있는 것이다.
발키리는 AI 파일럿을 드론에 통합한 최초의 항공기다. 이미 해당 기술은 ‘쿼드콥터’와 ‘F-16 팔콘 전투기’ 등에 시험 적용해 제한적으로 성공한 바 있다. 크라토스의 스텔스 드론 XQ-58A 발키리는 아직 정확한 개발 정도와 실전 배치 시기가 공개되지 않았다.
스텔스 무인공격기 ‘XQ-58A’ 발카리는 미 공군에서 총 5차례 시험 비행을 시행했다. 2019년 3월 5일에 1차(72분) 비행을, 2019년 6월 11일에 2차(71분) 비행을 소화했다. 다만 3차 시험 비행인 2019년 10월 9일 비행 중 한차례 사고가 발생했다. 미 공군 공식 발표는 급작스럽게 불어온 지상풍 때문에 기체에 임시로 설치한 기체 회수 시스템이 오작동을 일으켜 착륙 시 기체가 일부 파손됐다고 밝혔다. 이후 2020년 1월 23일에 실시한 4차 시험은 성공적으로 완료했으며, 추가로 F-22 및 F-35와 함께 편대 비행 시험을 실시했다.
미 공군이 추진하는 스카이보그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는 ‘로열 윙맨’(loyal wingman) 무인전투기를 2023년까지 실전 배치하는 것이다. 현재 미 공군은 초기 소프트웨어 테스트를 2019년 7월 25일부터 실시한 상태고, 미 공군 제412 시험비행단이 소형 무선조종 방식의 드론에 이 신형 비행통제 소프트웨어를 설치해 테스트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공군은 특히 스카이보그(Skyborg) 사업을 개시하면서 크레이토스 외에 보잉(Boeing), 노스롭-그루먼(Northrop-Grumman), 제네럴 아토믹스(General Atomics)사가 제안요청서(RFP: Request for Proposal)에 응신해 제안서를 제출했다. 미 공군은 이들 업체와 모두 시제기 개발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미 공군은 향후 로열 윙맨 개념의 무인전투기가 도입되면 F-35A와 업그레이드형 F-15에 윙맨 무인항공기를 통합시켜 운용할 계획이다. 예컨대, 발키리를 전투기 편대 프로그램인 ‘충성스러운 윙맨’으로 삼아 조종 전투기용 소모품 윙맨으로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미 공군은 센서와 슈터(shooter)를 분리시켜, 레이더를 비롯한 탐지 장비가 장착된 센서 탑재 항공기는 유인기로, 슈터 전투기는 이들 로열 윙맨 무인전투기로 지정해 센서 전투기가 지시한 대로 공격을 실시할 수 있게 하는 개념으로 발전한다는 방침이다.
미국 이외 호주와 중국, 일본 등이 스텔스 무인전투기 개발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호주를 제외한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일본 등의 스텔스 무인전투기 개발은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져 있는 게 현실이다. 아직은 일부분이라도 공개가 되고 있지 않다. 그만큼 기술적 진화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예를 들어 영국 및 프랑스, 독일, 러시아 등은 2000년대 초부터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시제기만 제작된 상태에서 계획이 중단되거나, 2030년대 실전배치라는 추상적 목표만 제시하는 수준이다.
호주 공군은 항공력 팀 체계(Airpower Teaming System) 사업을 미국보다 먼저 시작했다. 2019년 2월에 사업 추진 사실을 공개했다. 호주 공군은 약 12m 길이의 제트 추진 무인기에 센서와 무장을 탑재하고 최대 3,200km까지 비행해 전투임무를 소화하지만, 기체 가격은 백만 달러 근처로 유지할 수 있는 무인항공기 도입 추진 계획을 공개했다. 크레이토스는 보잉 호주 법인과 파트너 형태로 이 사업에 먼저 참여해 XQ-58A를 제안했다. 현재도 사업은 진행 중이다.
중국이 개발 중인 스텔스 무인전투기는 지난 2008년부터 인터넷 등을 중심으로 사진이 돌아다녔다. 중국 정부 역시 기술적 자신감이 없는지 아직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나 성능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 다만 중국은 2018년 중반에 약 10m 길이 정도의 무인항공기인 ‘안지안’(暗?, 음검) UAV를 공개했다.
일본은 지난 2016년 공개한 항공자위대의 차기 기술 개발 계획을 통해 독자적 개념의 ‘전투지원 무인항공기’ 사업으로 명명한 ’윙맨 ’(Wingman) 무인기 개발을 추진 중이다. 특히 일본은 F-2의 대체 기종으로 개발을 진행 중인 차기 전투기(F-3)에 ‘로열 윙맨’ 콘셉트를 통합할 계획을 수립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예산 확보 문제로 아직은 연구개발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항공전 전문가들은 윙맨 드론은 기존의 공군이 가진 전투 양상을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평가한다. 무엇보다 로봇 윙맨의 아이디어는 유인 비행기와 보조를 맞출 수 있다는 장점을 비롯해 가장 큰 장점은 유인 전투기와 드론 전투기가 1개조를 이뤘을 경우 더 적은 인원으로도 기존보다 많은 전투 편대를 만들 수 있다는 대목이다. 여기에 이들 ‘무인전투기’의 기술과 노하우가 축적돼 현재 유인기가 도맡고 있는 공대공 전투까지 영역이 확장된다면, 탑승 중인 조종사 때문에 발생하는 중력 한계의 구애를 받지 않게 돼 운용의 폭이 훨씬 넓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윙맨 드론의 상용화에 따라 향후 공중전에서 주도권 선점이 좌우될 수 있어 어느 나라가 먼저 안정적 운용이 가능한 상용화에 성공할지 귀추가 주목될 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