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금융권 재취업한 금감원 퇴직자…절반이 감사 업무

◆오기형 의원실 자료 공개
상반기 퇴직자 31명중 15명 입사
증권사·저축銀 등서 중책 맡아
"현직자와 선후배 관계로 엮여
객관적 감독업무 무력화 우려"

금융감독원 전경. 사진 제공=금융감독원


올해 금융권으로 재취업한 금융감독원 퇴직자들의 절반이 회사 내부 통제, 재무제표 등을 관리하는 감사 업무를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당국의 현직자와 선후배 관계로 엮인 데다 감사 시스템의 허점을 꿰고 있는 이른바 ‘금융 전관(前官)’이 객관적인 감독 업무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금감원의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출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정부공직자윤리원회 재취업 심사를 통과한 금감원 퇴직자 31명 가운데 15명(48.4%)이 증권사·자산운용사·저축은행·캐피털 등 민간 금융회사에 새 둥지를 틀었다. 이어 율촌·세종·광장·화우 등 법무법인에 6명(19.3%), 야나두·스튜디오산타클로스 등 일반 기업에 4명(12.9%), 삼일·예일·인덕 등 회계법인에 3명(9.7%), 보험연구원·한국여신전문협회 등 유관 기관에 3명(9.7%)이 각각 재취업했다. 재취업 심사를 받은 38명 가운데 7명(제한 4명, 불승인 2명, 보류 1명 등)은 KB손해보험·롯데손해보험·NH농협은행 등에 재취업하려다 공윤위 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공윤위 재취업 심사는 4급 이상 공무원에 해당하는 공공기관 퇴직자가 퇴직일부터 3년 이내에 재취업할 경우 적정성을 따지는 절차다. 공공 영역에서 민간 재취업을 염두에 두고 나올 수 있는 유착 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금융회사 내부 통제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는 상황에서 금감원 직원들의 연쇄적인 피감 기관 이동에 우려를 표시했다. 절차적으로는 적법한 재취업 과정을 밟았더라도 이들이 금감원의 감독 업무에 부담을 줄 유인이 많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회사 재취업자 가운데 감사 직위를 맡은 사람은 내부 통제, 회계 사안 등을 함께 살펴보면서 금감원 감사에 대응하는 역할을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금융권에 재취업한 금감원 퇴직자 15명 중 절반 가까운 7명(47%)이 새 직장의 감사 직위를 맡았다. 세부적으로는 하나증권 감사총괄, 하나저축은행 상근감사위원, BNK투자증권 감사본부장, BNK자산운용 상근감사, 스마트저축은행 상근감사, 브이아이자산운용 감사, 벤츠파이낸셜 상근감사 등이 있었다. 하나금융그룹과 BNK금융그룹 관련 계열사에서 감사 업무를 맡은 사람이 각각 2명으로 가장 많았다.


오 의원은 감독 당국 조사 담당자와 선후배 관계로 엮인 금융회사 감사들이 공정한 감사 업무를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감원 전관 출신 금융권 감사를 향한 적합한 견제·감시 장치는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 의원은 “금감원 출신이 금융 당국 관계자와 면담하게 된다면 그 내용을 모두 기록하고 공개하게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최근 공윤위 취업 심사는 더 엄격해지는 추세”라며 “퇴직 직원과 사적 접촉 금지 등 내부통제 절차를 마련했다. 국민 눈높이에 어긋나지 않도록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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