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신림동 대낮 성폭행 등 흉악 범죄가 급증하면서 우리 국민 절대다수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법원이 중증 정신 질환자에 대해 본인 의지에 관계없이 입원 여부를 결정하는 ‘사법입원제’ 도입도 국민 3분의 2가 찬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경제신문이 이달 한국갤럽에 의뢰해 실시한 정례 여론조사 결과 응답자의 92%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을 찬성한다고 답했다. 이를 ‘반대한다’고 답한 국민은 6.2%에 불과했다. 모름 또는 무응답은 1.8%였다.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30대가 95.4%의 찬성률로 가장 높았다. 이어 60대(94.8%), 50대(91.8%), 10~20대(91.4%), 40대(89.8%), 70대 이상(89.2%) 순이었다. 이는 최근 신림동 흉기 난동, 성폭행 등 흉악 범죄의 피해자가 30대가 다수였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성별로는 여성이 94.4%, 남성이 89.7% 찬성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대구·경북(93.9%)의 찬성률이 가장 높았고 대전·세종·충청(93.7%), 서울(91.9%), 인천·경기(91.9%), 부산·울산·경남(91.5%) 순이었다.
‘사법입원제’ 도입과 관련해서도 응답자의 65.8%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반면 ‘반대한다’는 의견은 27.8%에 그쳤고 모름·무응답은 6.4%였다.
연령대별로 보면 60대의 찬성 비율이 75.3%로 가장 높았고 이어 70대 이상(70%), 40대(66.9%), 50대(66.7%), 30대(62.9%), 10~20대(52.2%) 순이었다. 연령이 낮아질수록 찬성 비율이 떨어졌는데 이는 젊은 층일수록 신체·이동의 자유를 중시하는 경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성별로는 여성이 69.5%, 남성이 61.9%의 찬성률을 나타냈다. 지역별로는 보수세가 강한 대구·경북의 찬성률(74.9%)이 가장 높았고 강원(47.4%)의 찬성률이 가장 낮았다.
이번 설문 조사는 21~22일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오차 범위는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사는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한 휴대폰 가상(안심)번호 100%를 이용한 전화 면접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1.3%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알 수 있다.
한편 정부가 올해 상반기에 폐지한 의무경찰제를 재도입하기로 했다. 흉악 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치안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이상동기 범죄 재발 방지를 위한 담화문’에서 “치안 업무를 경찰 업무의 최우선 순위로 두고 경찰 조직을 재편하겠다”며 “범죄 예방 역량을 대폭 강화하기 위해 의무경찰제 재도입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의무경찰은 병역 의무 기간에 군 입대 대신 경찰 치안 업무를 보조하는데 2017년 폐지 수순을 밟았고 올해 4월 마지막 기수의 합동 전역식 이후 완전히 폐지됐다. 경찰청은 7500~8000명의 의무경찰을 순차 채용해 치안 활동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흉악 범죄에 대한 처벌도 강화하기로 했다. 한 총리는 “가석방을 허용하지 않는 무기형 도입을 추진하고 공중 협박, 공공장소 흉기 소지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을 신속히 신설하겠다”며 “중증정신질환자에 대해서는 적기에 치료가 이뤄질 수 있도록 사법입원제 도입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피해자에 대한 치료·간병 등 다양한 지원에도 나설 방침이다. 한 총리는 “정부는 예기치 않은 고통에 시름하는 피해자와 그 가족들을 세심하게 돌보겠다”며 “범죄 피해자에게 법률·경제·심리·고용·복지 등 다양한 지원을 종합적으로 제공하는 ‘원스톱솔루션센터’ 설치를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 치료비, 간병비, 치료 부대비용 지원도 확대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