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실지뢰 '네탓' 공방에 버려진 장항습지

지뢰폭발 사건 이후 2년째 폐쇄
고양시·한강유역청·법제처 등
관계기관 책임회피에 쓰레기만
생태계 파괴·농민 피해도 심각

쓰레기가 가득 쌓인 경기 고양시 장항습지 전경. 사진 제공=사회적협동조합한강

국내 24번째 람사르습지로 등재된 경기 고양시 한강하구의 장항습지가 2년이 넘도록 폐쇄된 채 방치되고 있다. 북한 상류와 비무장지대(DMZ) 일대에 매설됐다가 폭우 등으로 떠내려 온 목함지뢰 사고가 발생한 뒤 관련 기관들이 서로 안전관리 책임을 미루고 있어서다. 사실상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면 인근 생계인 농업인의 피해뿐만 아니라 생태계 파괴 문제도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24일 고양시 등에 따르면 지난 2020년 7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장항습지와 그 주변에서 총 3차례의 지뢰 폭발 사고가 발생해 민간인 2명과 군인 1명이 크게 다쳤다. 장항습지에서 발견된 북한의 목함지뢰는 평범한 나무상자로 보일 수 있어 금속탐지기로도 탐색이 어려워 인근에 얼마나 많은 지뢰가 있는지도 정부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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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습지의 면적은 2.7㎢이고 길이는 7.6km이다. 한강변의 군사용 철책 너머에 위치하는 DMZ의 일부이면서 군사시설보호구역이어서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민간인 통제구역으로 지정되어 있다. 이 때문에 댐이나 하구둑 등 인위적인 시설이 설치되지 않았고 결과적으로 자연 상태의 하구로 남았다.


지난 2021년 6월 장항습지에서 환경정화 작업 도중 유실지뢰 폭발로 발목이 절단된 김철기 씨는 “2018년 민간에 개방된 이후 다양한 생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주민이 수시로 드나들 수 있는 지역임에도 지뢰 위험에 대한 아무런 경고나 안전 조치도 없었다”며 관리 부실을 지적했다.


상황이 이렇지만 관계 기관의 대책 마련은 여전히 지지부진하다. 현재 장항습지를 관리하는 주무관청은 환경부 산하 한강유역청이고 고양시가 일부 관리를 위탁받아 생태 탐방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왔다. 하지만 사고 이후 고양시가 유실지뢰에 대한 관리감독 업무를 수행할 기관을 확실히 확인하기 위해 법제처에 질의했고 지난해 10월 “환경부 장관으로부터 위임받은 권한을 행사하는 내륙습지보호지역을 대상으로 수임 업무와 관련된 범위 내에서 계획을 작성해야 한다”는 회신을 받았다.


고양시의 한 관계자는 “법제처의 회신을 보면 장항습지의 안전관리 책임은 관리청인 한강유역청에 있는데 한강유역청은 현재까지도 별다른 지침을 내려주지 않고 있다”며 “지난해 자체적으로 안전관리 예산을 편성했는데 법제처 회신도 늦어지고 한강유역청의 대책 마련도 제자리여서 결국 반납했다”고 말했다.


반면 한강유역청은 유실지뢰 관리 업무를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강유역청의 한 관계자는 “수임 업무가 명시되지 않은 질의로 법제처 법령 해석의 오해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재난안전법에 따라 수임 업무를 살펴보니 대규모 수질 또는 환경 분야, 댐 등이 포함돼 있지만 군사보후구역 내 지뢰는 관련 업무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평수 사회적협동조합한강 고양지부장은 “람사르습지로 지정된 세계 유산인 장항습지에 쓰레기가 쌓여 가는 한편 생태계 교란종 식물도 자라나고 있다”며 “생업을 위해 출입하는 영농인들을 막을 근거도 없다 보니 추가 사고도 우려되기 때문에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서로 책임을 미룰 게 아니라 하루 빨리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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