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전북 군산CC(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군산CC 오픈(총상금 5억 원) 첫날. 리더보드 최상단에 외국 국기를 단 낯선 한국 이름이 눈에 띄었다. 뉴질랜드 교포 이창기(27)가 그 주인공이다.
이창기는 대회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이글 1개, 버디 9개를 묶어 11언더파 61타의 코스 레코드를 작성했다. 2013·2015년 군산CC 오픈에서 2승을 올린 ‘군산CC의 왕자’ 이수민이 기록한 62타를 1타 앞당긴 이창기는 2위 함정우(8언더파)에 3타 앞선 단독 선두에 올랐다.
올 시즌 처음 KPGA 투어에 등장한 이창기는 지난해 11월 KPGA 투어 퀄리파잉 토너먼트에서 공동 51위를 기록, 현재 시드 대기자 신분이다. 이번 대회는 월요예선을 3위로 통과해 극적으로 출전했다. 그는 2020년 KPGA 선수권에서 김성현이 쓴 투어 사상 최초의 월요예선 통과자 우승 신화 재현을 노린다.
이날 1번 홀(파4)에서 출발한 이창기는 무섭게 타수를 줄여나갔다. 전반에만 버디 4개를 몰아쳤고 9번부터 12번 홀까지 4연속 버디도 낚았다. 16번 홀(파5)에서는 193야드 남기고 친 세컨드 샷을 핀 약 5m 거리에 붙였고, 이글을 노린 과감한 스트로크로 볼은 홀 한가운데를 뚫었다. 이후 17번(파3)과 18번 홀(파4)에서도 연속 버디를 낚아 11언더파를 작성했다.
경기 후 이창기는 “뭘 해도 잘되는 날이 이런 날인가 싶다”면서 “11언더파가 대회 코스 레코드인지도 몰랐다. 올해 KPGA 스릭슨투어 예선에서 9언더파를 친 적이 있는데 11언더파는 제 베스트 기록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상위권 성적을 유지해서 하반기에 더 많은 대회를 뛰고 싶다. 남은 라운드 너무 긴장하지 않고 차분히 경기하겠다”고 덧붙였다.
함정우가 단독 2위에 오른 가운데, 20년 차 베테랑 강경남이 박은신, 권성열과 공동 3위(7언더파)를 기록했다. 버디 7개를 쏟아낸 강경남은 “전보다 더 디테일한 샷 메이킹을 해야 할 것 같다. 벙커에 들어가면 보기나 보기 이상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디 오픈에서 너무 어려운 코스를 경험했기 때문에 오히려 어제 벙커 연습을 하면서도 할 만하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한 달 앞둔 아마추어 국가대표 장유빈은 박상현, 문도엽 등과 함께 공동 10위(5언더파)로 출발했다.
한편 이번 대회가 열리고 있는 토너먼트 코스는 지난해부터 대대적인 코스 리노베이션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총 6개의 평가항목을 기준으로 샷 밸류, 난이도, 디자인 다양성, 기억성, 특히 리뉴얼에 초점을 맞췄다. 벙커는 대폭 늘어났고 잔디도 벤트그라스에서 중지로 교체됐다. 대부분의 선수들이 코스 난도가 높아졌다고 평가했다.